「달링」구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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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달링! 영화구경가요.』
나는 놀랐다. 아니, 당황했다는 것이 더 사실적인 표현이겠다.
평소 얼굴만 마주보던 여직원인 E양, 나와의 「로맨스」는 꿈에도 생각앉은 그녀가 내게「달링」 이란 달콤하면서도 자극적인 명칭으로 부르다니 당황할수 밖에.
『글쎄 생각 좀 해보구요….』얼버무리듯 붉게 상기된 나의 표정을 감추기 의해 자리를 피했다.
얼마나, 언제부터 나를 짝사랑했으면 무의식중에 「달링」이란 명칭으로 나를 불렀을까?
점심을 끝내는 순간까지 가슴은 뛰고 설렌다. 휴게실의 신문광고를 뒤적이다 나는 눈을 크게 뜨고 광고를 읽었다. D극장에서 상영중인 영화제목이 「달링」이 아닌가. 또 K극장에선 「당신」이란 영화가 상영중이었다.
나는 가라앉은 마음에 시치미를 뚝 때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점잖게 E양에게 복수하듯 말했다. 『당신! 구경갑시다.』 그러나 그녀는 나와 같이 가슴 설렘을 느낀 것 같지 않았다. 그리고 실망하듯 말했다.
『달림이 보구 싶어요.』 뻔히 알면서도 또 가슴이 설레기 시작했다.
봄은 사람을 바보스럽게 만들기도 하는 모양이다.

<박영호·30세·서울 수유용 산76번지·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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