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역하는 세 기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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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한때 경찰기동력의 총아로 손꼽혔던 경찰기마대가「사이카」등 기계화된「스피드」에 밀려 점점 빚을 잃어가고있다. 서울종로구수송동146에 자리잡고있는 서울시경찰국 기마대는 한때 기마를 80마리까지 갖고있었으나 이젠 14마리밖에 갖지못한채 겨우 명맥만을 유지하고있고 지금있는 말도 거의 노쇠하여 젊은 말의 보충이 없으면 몇년안가서 기마대는 간판을 떼야할형편이다.
기마대에선 21일 남아있던 17마리의말중 수놈월미(19살) 호성(13살)와 암놈 삼천리 (13살)등 세마리가 퇴역했다.
모두가 한때 늠름한모습으로 서울의「아스팔트」를 발굽소리도 드높게 활보했던 말들이다.
이 세마리의 말은 서울대농대 수의학과 고수진의 진단결과『못쓰게된말』로 판정을 받았다. 월미는「너무 나이가 많아」, 삼천리는「신경통」, 호성은「소화불량」으로돼있다.
키 1미터 80센티, 무게 3백킬로의 월미는 일본산. 9·28수복직후 모민간인의 기증으로 기마대에 들어갔다. 이말은 빨간빛깔이 유난히 빛나는데다 힘좋기로 유명했으나 나이는 어쩔수없는모양. 월미는 61년「아이크」가 방문했을때 인파를정리하다 국빈이 탄차가 지나가기직전 생리적인「실례」를하여 경비경찰관 한명이 기겁, 흰장갑 낀손으로 움켜다 치워 연도인파의 폭소를 자아내게한 「에피소드」의 주인공이기도하다.
삼천리와 호성은 62년도에 처음으로 국비로사들인일본산. 밤색깔의 삼천리는 키가 1미티60센티,
몸무게 2백50킬로로 순해서 말 잘듣기로 손꼽혔고 삼천리보다 조금 큰체구의 밤색 호성은 성격이 까다로와 말안듣기로 유명했다고.
이 말들은 퇴역후 수원농촌진흥청에 가서 「혈청」을 공급하게될지, 아니면 어느 누구에겐가 팔려가게 될지는 미정이다.
경찰기마대는 해방후 국립경찰창설과 동시에 일본인들이 쓰던 80여마리의 말로 창설되었다.
기마대장 조하열 경감(48)은『경찰기마대는 그 동안①각종행사때 인파정경리②「데모」와같은 다중법죄와일반인의분리③교통정리④외교사절의 신임장제정때 의장역할등 많은 일들을 맡아왔다』고 말하고 『선진 미국「캐나다」등지에서는 아직도 말을 공원순찰·의장대용등으로 쓰고있다』면서 젊은 말을 보충하여 기마대는 보강되어야한다며 아쉬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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