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B형간염, 복약 규칙 어기면 병 키운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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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빈센트병원 양진모 교수

#만성 B형간염을 앓고 있는 50대 직장인 환자가 간 검진을 받기 위해 찾아왔다. 진료 차트를 보니 1년 전 치료제를 처방 받은 후 추가 진료 기록이 없었다. 그 동안 치료제 복용을 하지 않았는지 물어봤다. 그는 마지막으로 처방 받은 약을 먹은 뒤 가끔씩 피로감을 느끼긴 했지만 그 외 특별한 증상이 없어 치료 자체를 중단했다고 한다. 대신 간에 좋다는 건강식품을 먹으면서 꾸준히 관리했으니 문제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만성 B형간염은 ‘침묵의 질환’으로 불린다.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이행돼도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이다. 특이증상이 없다보니 많은 환자들이 용량·용법을 어기고 치료제를 불규칙적으로 복용하거나 의료진과의 상의 없이 스스로 끊는 경우도 있다. 일부는 몸에 좋다고 알려진 건강식품이나 민간요법으로 관리하기도 한다.

이럴 경우 간염바이러스 내성이 발생할 수 있다. 간경변증이나 간암 같은 심각한 합병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간이 좋지 않은 환자들이 몸에 좋다고 무턱대고 건강식품을 섭취하면 오히려 간 기능을 악화시키기도 한다.

의료진 입장에서 많은 만성질환자들이 지속적으로 약을 복용해야 함에도 복약 규칙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있어 걱정스럽다. 2008년 한국의료패널 기초분석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만성질환자의 5명 중 1명(20.89%)은 처방약을 정해진 방법대로 제대로 복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복약규칙을 지키지 않는 이유는 ‘약 먹는 것을 잊어버려서’가 53%로 가장 높았고, ‘증상이 완화돼서가 24%, ‘약을 자꾸 먹으면 몸에 나쁠까봐’ 13% 등의 순이었다.

만성 B형간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역시 비슷했다. 환자의 약 35%가 치료 중에 임의적으로 약물 복용을 중단한 경험이 있었다. 주요 중단 이유는 증상이 사라졌기 때문(71%)이었다.

이는 만성 B형간염 환자는 물론 다수의 만성질환자들이 복약 습관이 자신의 건강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모른채 자의적 판단에 근거해 치료제 복용을 결정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에 환자들이 약 복용과 관련해 갖고 있는 잘못된 상식을 바로 잡고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자 한다.

첫째, 만성질환 치료제는 질환의 증상이 나타나거나 아플 때만 잠깐 복용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감기와 같이 단기간에 완치가 되는 급성질환은 증상이 나타나는 일정 기간 동안만 약을 복용해도 된다. 그러나 만성질환은 다르다. 평생관리가 필요한 질환인 만큼 완치보다는 유지·관리를 위해 약물 치료를 하는 것이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꾸준히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치료제 복용 완료 시점은 담당의사와의 상의를 통해 결정하는 것이 기본이라는 얘기다. 근래의 항바이러스 치료제는 우수한 효과를 가지고 있고 또한 내성발생률도 아주 작지만 아쉽게도 약제효능의 지속성은 짧으므로 치료 중단 시 언제든지 바이러스가 다시 활동을 시작할 수 있다. 심각한 간질환 합병증으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의사 지시에 따라 치료및 관리를 해야 한다.

둘째, 약은 오래 먹을수록 몸에 해롭다는 편견이다. 환자들은 약제 내성 등을 우려해 치료제의 장기복용을 무조건 나쁜 것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온라인 포털이나 환우회 게시판을 보면 치료제 장기 복용에 대한 우려 섞인 글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스스로 치료제 복용을 중단했다는 의견도 심심찮게 보게 된다. 모든 약이 장기 복용한다고 건강을 해치는 것은 아니다. 담당의사의 판단을 믿고 지시사항에 맞춰 정확하게 복용할 경우 질환의 치료와 관리는 물론 질환이 악화되는 것도 예방 가능함을 기억하자.

최근에는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환자들의 질환 관리를 돕는 복약도우미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되어 있어 이용해 볼만하다. 일부 병원에서는 질환별 복약 지도 강좌를 상시 운영하는 등 환자들이 쉽게 복약 정보를 얻고, 지도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러나 질환 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환자 스스로의 정확하고 꾸준한 복약 습관과 정기적인 검사가 중요함을 명심하자. 약 복용에 대한 오해와 무지로 병을 키우지 말고 지속적인 치료와 정기적인 관리로써 만성B형 간염 환자들도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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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모 교수 기자 webmaster@jhealthmedia.com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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