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중심사회] 김희중 KIST 미래기술본부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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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0면

"미국이나 일본.유럽연합(EU) 등은 1980년대 초에 IT.BT.첨단 소재 등 3개 기술을 10~15년 뒤 산업의 바탕으로 꼽고 연구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그러나 그 예측은 절반 정도 밖에 맞아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미래기술본부 김희중 박사는 그 만큼 미래 기술을 예측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했다.

80년대의 이런 기술 예측의 '절반의 실패'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21세기 유망 기술을 발굴, 집중 개발하는 데 좋은 교훈이 될 것이라는 게 김박사의 생각이다. 80년대 세계 전문가들의 기술예측이 얼마나 맞았는가를 분석한 사람은 미국 MIT대의 토머스 이거 교수.

그에 따르면 IT기술은 예상 밖의 발전으로 90년대 뿐 아니라 21세기에도 성장 동력원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장기간 동안 기술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기도 하다.

생명공학은 그와는 정반대다. 80년대에도 '희망의 기술'이었던 것이 지금도 역시 그렇다. 기대 이하의 성과를 거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각국은 생명공학에 막대한 연구비를 계속해서 쏟아 붓고 있다. 첨단소재 역시 예상보다는 훨씬 못 미쳤다. IT와 BT는 예상치의 중간 정도라고 이거 교수는 평가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국가기술지도를 만드는 등 미래 기술 예측.확보에 체계적인 접근을 시작했습니다. 전문가들이 수시로 변하는 세계 기술 흐름을 반영해 국가 연구 개발 방향을 수정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김 박사는 어떤 특정 기술 하나만으로 국가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어렵다고 주장한다. 첨단 기술이 융합하며 발전하는 시대이기 때문에 균형있는 연구개발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제 선진국에서 개발해 놓은 연구 결과를 받아 먹기만 해서는 국가 경쟁력은 생기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 경쟁국가를 끌고 갈 수 있는 기반기술 개발도 역시 병행해야 합니다."

김박사는 "이를 위해 이제 기초기술과 응용기술이 따로따로 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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