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공항 하오의 격투|목격자가 말하는 이수근의 발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위장간첩 이수근이「홍콩」국제공항에서 중앙정보부원에 의해 격투끝에 붙잡히는 순간을 김태복씨(38·모회사사장·서울갈월동)는 눈앞에서 지켜보았다.
지난29일 하오3시30분. 동경발「홍콩」행 JAL기가 내린 직후였다.「트램」에 첫발을내디디자 비행기밑에서 격투가 벌어지고 한청년이 격납고쪽으로 쏜살같이 달아나고있었다.
다른 승객들과 함께 현장1미터앞까지 뛰어갔다.
「와이샤쓰」차림의 두사람은 바닥에 마구 뒹굴고있었다. 붙들린 이는 벗어나려고 머리를 위로 치켜들고 버둥거렸다.
정보부원 몸위에 붙들려 안긴 이는 구둣발로 정보부원의 다리를 마구차는가하면 머리로 턱을 들이받기도했다. 눈은 벌겋게충혈이되었고 이마와 목덜미엔 힌줄이 굵직하게 돋았다. 음쭉못하게 붙잡힌이씨의팔은 저항을하느라고 부들부들떨었다. 헐떡거리며 가쁜숨을몰아쉬는 이의입은 반쯤벌린채 일그러져있었다.
그것은 순간이었다. 김씨는『처음엔간질병환자가 발작을일으켜발버둥치고있는줄알았다』고 했다.
이격투로 안경이 나동그라졌고 일본책이 마구흩어져 있었다. 여행용「백」은 현장에서 5미터 떨어진지점에거꾸로처박힌채였다. 15분가량 지났을까, 완강하게 버티던 이는 마침내 맥이풀려 정보부원에의해공항밖으로 끌려나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