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소베·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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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프라하」시 「바츨라프」광장에서 지난16일 한 청년이 분신했다.「칼」대학 철학도 「얀·팔라치」군. 올해 21세.
『내가 스스로를 불사르게 된 것은 - 나의 생애에 있어 가장 위대했고, 가장 슬픈 경험이었다. 이것은 내가 바라고있었던 일이며, 지금 나를 만족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여러분, 나의친구들은 나를따르지는말라. 모두가 살아서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좋다.
우리가 해야할 문제는 너무도 많다.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살아있는 인간이 필요하다. 다시 한번 또 만나자.』
「얀」군은 성「바츨라프」동상 앞에서 이런 유서를 남겨놓고 불길에 싸였다. 「얀」군의 생사는 그동안 누구도 몰랐다. 지난 20일, 그러나 「프라하」방송은 침통한 목소리로『「얀·팔라치」군은 고요히 숨을 거두었다』고 발표했다.
「프라하」시민은 「얀」군이 유서에 남긴 『우리가 해야할 문제』가 무엇인지를 너무도 잘 안다. 「얀」군은 왜 분신자살을 했는지도 모두 무언중에 알고 있다.
방송을 들은 직후 「바츨라프」광장엔 삽시간에 1천명의 군중이 모였다. 「유럽」의 일몰시간은 빠르다. 6시만 되면 어두워 진다.
군상들은 어둠속에서 침묵으로 헤어졌다. 그러나 다음날 이 광장엔 6만의 시민이 모였다.지루한 암흑을 벗어 난듯이 이들은 또다시『루소베·돔!』을외쳤다. 6만의 군중은 합창으로,구호로, 절규로, 이 광장을, 그리고 「프라하」시를 메웠다. 『루소베·돔! 루소베·돔!』『「러시아」군들은 물러가라』는 소리이다. 인쇄공·식자공들은 작업복을 걸친채로 광장에 뛰쳐 나왔다. 이들은 당중앙위가 발간하는 친소 보수지 「드리부나」지에서 일하던 직공들이다. 그들은 『인쇄할 가치없는 신문을 인쇄할수없다』고 주장한다.「자유」앞엔 두려움도, 죽음도, 지루함도 없다.「자유」는 인간의 끝없이 신선한 공기라는 것을 그들은 안다. 묵직한 「탱크」의 「캐터필러」로는 인간의 그것을 짓밟을수 없다는것을「체코」시민은 또다시 증언하고 있다.
역사의 후퇴냐, 전진이냐, 「체코」시민들은 지금 그 수레바퀴아래서 절규하고있다.
「프라하」를 흐르는「몰도」강물처럼, 「스메타나」가 노래한 그 웅장하고 뜨거운 조국애의 음률처럼, 자유를 갈망하는 「프라하」시민의 절규는 끊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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