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부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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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박대통령이 연두기자회견에서『공무원의 기강쇄신 없이는 국가의 기틀을 바로잡을 수 없다고 본다』는 견지에서『공무원기강확립 방안을 꾸준히 밀고 나가겠다』고 다짐한데 대해서는 누구나 동감일 것이다.
항간에서「송사리떼」만 잡아도 별 소용이 없다고 하는데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이른바 상납제의 폐단은 여전한 것 같은데 큰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것을 먼저 뿌리뽑지 못하는 한 공무원의 영진에는 물론, 심지어는 그 자리를 유지하는데 조차도 상납 없이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그것이 민폐로 나타나게될 것이다.
부정부패를 일정한 계획 하에 단속처벌 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은 물론이지만 그것도 들쭉날쭉이 있으면 구호에 그쳐 버리고 오히려 폐단이 생긴다.
즉 운수 나빠서 하찮은 일에 걸린 사람, 방법이 서투른 사람만 걸리고 정작 악질은 빠지는 수가 많은 것이다.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근본적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관계에서 악승선패하는 길을 막고, 상관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국가본위로 바른 일을 하면 된다는 풍토를 이룩해주고 정권은 일시요, 공무원은 영구라는 참다운 직원 공무제를 확립해야할 것이다.
참다운 국가본위견지에서 공무원의 공과를 공정하게 평가하는 방법을 강구해서 그에 따라서 인사를 해야할 것이다. 가령 공무원이 선거간섭을 했다면 그것은 죄인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사람을 영진시키는 일이 있다면 이것은 당본위정권본위 사상의 발로로 국민의 지탄을 받을 뿐 아니라, 공무원들은 정권의 비위를 맞추는 것을 제일의로 삼고 발라 맞추고 아부하는 방법을 연구하게 되고, 일이 제대로 되고 안되는 것은 둘째로 여기게 되며 실상 뒤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를 것이다.
그래서 공무원이 이렇게 해야 일이 제대로 된다고 생각할지라도 혹시 미움을 받을까 두려워 실행은커녕 말도 못하게 될 것이다. 어쩌다가 소신대로 한 사람이 밀려 나가는 수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악승선패가 아니고 무엇인가? 근본을 다스리지 않고 지말을 다스릴 수는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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