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한글 타자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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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글전용을 앞두고 한글 타자기의 통일론이 등장하고 있다. 영문타자기는 이미 단일화 되어있어 전세계의 타자수는 어떤 영문타자기를 택해도 불편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우리 한글타자기는 글판이 다르므로 숙련된 타자수도 기계를 바꿀 때마다 곤란을 많이 겪는다. 이러한 난점을 해소하기 위해 「글자판시안」을 마련, 한글타자기의 통일을 꾀하려는 것은 우선 반가운 소식이다.
그런데 현재 사용중인 글자판이 아닌 제3의 표준시안이 등장한데 대해선 걱정이 앞선다. 왜냐하면 기계를 아무리 개발하여도 타자기의 생명인 속도가 느릴 가능성이 있다는 것과 수많은 타자수들이 또다시 새로운 교육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에 소요되는 경비와 시간, 노력은 엄청날 것이다.
이렇게 많은 난점을 내포하고있는 제3의 시안보다 효율적인 안이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이는 지금 사용중인 한글타자판을 기준으로 개선하는 것이 제1의 방법으로 생각한다. 모든 경비와 노력, 시간의 낭비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루 빨리 이러한 방향으로 연구를 시작한다면 새로운 제3의 시안보다는 성공적인 효과를 올릴 수 있는 방안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을 타자업무에 종사한 경험으로 미뤄 확신한다. 한글의 우수성을 재삼 들춰낼 필요도 없겠지만 이 좋은 글을 더욱 빛나게 하기 위해선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해 한글의 전용이 실현되는 차제에 타자기의 통일도 함께 이뤄져야 겠다는데 이의가 없다. 다만 그 방안에 대해서는 채택에 신중을 기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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