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주린 북한인들, 풀 뜯어 먹으며 생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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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자들이 논에 벼를 심고 있다. 세계식량계획은 앞으로 북한에 식량부족 사태가 닥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식량 원조가 크게 줄어들면서 북한 주민들이 풀과 해초를 찾아 헤매고 있다고 국제연합(UN)이 밝혔다.

유엔 세계식량계획은 수십만명의 북한 주민들이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직장과 학교를 그만두고 먹을 것 찾기에 나서고 있다며 북한이 또다시 기아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베이징에 머물고 있는 제랄드 부르크 세계식량계획 대변인은 최근 북한을 방문한 후 "이들은 먹을 수 있는 풀을 찾아 산을 오르고 있으며, 바닷가에서는 해초를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교사들 말에 따르면 학생들이 밖에서 먹을 것을 찾아다니면서 출석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또한 유치원과 보육원 보모를 비롯한 교사 자신들도 역시 같은 이유로 결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사회의 대 북한 식량 원조가 줄어듦에 따라 세계식량계획은 올해 5월부터 8월 사이 고등중학교 학생, 노인, 간병인, 교사 등 총 1백2십만명에 대한 식량 배급을 중단하게 됐다.

북한 노동자 50만명에 대한 식량 배급 계획 역시 중단된 상태다.

더 많은 식량 원조 필요

유엔 세계식량계획 기구는 2천3백만 북한 인구 중 약 6백40만 명에게 식량을 지원하고 있으며, 약 61만 1천t에 달하는 올해 식량 부족분 절반을 보충할 계획이다.

이달 초 미국이 밀과 쌀, 유제품 등 10만t 가량의 식량 지원을 약속했지만 8월 중에 더 많은 식량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북한에 심각한 식량부족 사태가 닥칠 것이라고 부르크 대변인은 밝혔다.

또한 그는 올 봄에 심은 농작물 수확량이 북한 전체 식량 수요량의 고작 10분의 1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올 한 해 동안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북한에 식량 원조를 한 국가는 미국, 남한, 독일, 호주, 핀란드 등 총 6개국이다.

일본은 지난해 세계식량계획을 통해 전체 북한 지원 식량의 절반 이상을 원조한 바 있으나, 올해는 아직 식량 지원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영양실조 상태 장기화

5세 이하의 북한 어린이의 절반 정도가 만성적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구 소련이 몰락하면서 그 위성국들에 대한 식량 지원이 중단되자, 북한도 1991년부터 식량 부족사태를 겪기 시작했다. 또한 1995년부터 홍수와 기근 등이 계속되면서 북한의 농업 및 공업 여건은 더욱 악화되었다.

국제 구호 단체들은 1990년대 중반 이후로 기아와 영양실조 및 기타 관련 질병으로 사망한 북한 인구가 수십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수만명의 탈북자들이 굶주림을 면하기 위해 중국으로 넘어오는 등, 앞으로 식량 위기과 정치적 억압에 대한 불만으로 북한 주민들의 대량 탈북 사태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일련의 당혹스러운 중국내 외국 공관 진입 사태는 수많은 북한 주민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 당국이 공식적으로 추산한 바에 따르면 현재 5세 이하의 북한 어린이 중 45%가 심각한 영양부족상태에 있다고 한다.

올 6월 들어 북한 정부는 채소와 밀, 보리의 풍작으로 지난 5월까지 250g에 불과 했던 식량 배급량을 350g으로 늘린 바 있지만, 이는 여전히 최저 요구량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1주일 간 북한을 방문한 부르크 대변인은 김책시 동부에 위치한 한 학교의 3학년 학급 학생들 중 지난 달 동안 주식인 옥수수 이외에 고기를 먹어 본 적이 있는 학생은 극소수일 뿐이었다고 전했다.

"총 25명 학급에서 겨우 세 명만이 지난 달 동안 고기를 먹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아주 드물게 달걀 한 개와 약간의 채소를 먹을 뿐이다."

BEIJING, China (CNN) /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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