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 부대] 감축 0순위 동두천 2사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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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미국이 만약 주한미군을 감축키로 결정할 경우 우선적으로 검토할 부대는 2사단일 가능성이 크다. 세계전략을 재검토한 뒤 추진하고 있는 미국의 군 전력 개편과 2사단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현재 경기도 동두천 일대에 주둔하고 있는 미 2사단은 병력이 1만5천명인 중보병 사단이다. 이런 규모는 조지 W 부시 미 행정부가 9.11 테러 이전에 적극 검토했던 '신속배치군' 개념에 적합하지 않다.

1990년 초반 냉전(冷戰)이 끝난 뒤 미 육군은 지속적으로 병력을 감축하면서 첨단 정밀무기와 장비로 무장한 '디지털 군대'를 만들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으며, 이런 계획이 구체화된 게 신속배치군이다.

분쟁지역에 '보다 강력한 부대를 보다 빨리 보내겠다'는 미군 신전략에 따라 만들어지고 있는 신속배치군은 기동성을 높이기 위해 여단급 부대 편성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한개 신속배치군의 인원은 3천명 수준으로 일반 여단보다는 1천명 많지만 2사단에 비하면 5분의1 수준이다.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고위 보좌관이 유에스 뉴스 앤드 월드 리포트와의 회견에서 "주한미군 감축은 한국군이 휴전선 방어 책임을 지도록 하면서 미군은 해.공군 중심의 장거리 공격력 확보에 중점을 두려는 것"이라고 밝힌 것도 2사단 감축을 시사한다.

2사단은 북한의 장사정.야포 사정거리 내에 위치해 사실상 '인계철선'(引繫鐵線.tripwire 또는 triggering wire)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때문에 미국 내 일부에서는 2사단을 후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인계철선은 크레모어 등 폭발물과 연결해 건드리면 자동으로 폭발물이 터지게 만든 철선이어서, 북한의 공격시 미군이 자동 개입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그밖에 미 육군이 운영 중인 10개 사단 중 유럽주둔군 사령부 산하의 사단을 제외하고 해외 주둔 사단은 2사단이 유일하다는 점도 2사단 감축론에 무게를 싣고 있다.

한미연합사 관계자는 "현재로선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어떠한 협의도 없었다"면서 "다만 병력을 줄인다면 2사단이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나 미군의 세계전략과 북한 위협의 감소 등에 대한 종합적 판단을 한 뒤에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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