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득세 폐지 소비세 신설 검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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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소득세를 없애고 대신 다른 형태의 소비세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뉴욕 타임스 등 미국의 주요 언론들이 8일(이하 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그러나 이같은 세제개편안은 당장 추진되는 것이 아니고 장기 과제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7일 의회에 제출한 연례 경제보고서에서 "소비세가 투자 및 성장을 촉진하는 데 훨씬 효과적이며, 소득세를 없앨 경우 복잡한 세금구조도 단순해질 것"이라며 이같이 제안했다.

현재 부시 행정부는 전면적인 세제개편을 추진 중인데, 이미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배당소득세 철폐 방침을 밝힘으로써 그런 아이디어를 정책으로 옮기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있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위원장 글렌 허버드)는 이 보고서에서 "우리는 소득 발생이 아니라 소비활동에 세금을 물리는 방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세가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돈을 쓰지 않으면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저축을 유도하는 효과도 탁월한데, 이럴 경우 산업생산이 6% 정도 늘어날 수 있을 것으로 백악관은 추산했다. 저축이 늘어나면 이것이 기업들의 투자재원으로 쓰여 성장을 북돋울 수 있다는 논리다.

세제개편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허버드 위원장은 컬럼비아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소비세제의 장점을 강조하는 논문을 여러 편 쓴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백악관의 이같은 세제개편 방향은 부자들에게 유리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비세 같은 간접세는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똑같은 세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부자들의 세부담을 아래로 전가시킨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저소득층의 경우 수입이 적어 소득세를 거의 내지 않지만 소득세를 소비세로 대체할 경우 음식을 사 먹고 옷을 구입할 경우 세금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재정 및 세제 전문가들은 배당소득세 폐지 방침이 부자들을 위한 정책이라는 거센 비난에 직면해 있는 점을 들어 부시 대통령이 소득세 전면 폐지를 추진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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