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눈] '한탕주의' 물들까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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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로또복권 1등 당첨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그 열풍이 학생들까지 들뜨게 하고 있다.

복권 판매 수익은 대부분 공적 기금으로 쓰이기 때문에 의도는 좋을지 모른다. 그러나 '한탕' 심리를 자극해 빗나가고 있는 것이다.

로또복권의 1등 당첨 확률은 8백15만분의 1도 안된다. 그래서 재미로 사는 사람들은 떨어져도 결과를 쉽게 받아들인다.

문제는 대박을 노리는 사람들이다. 요즘엔 추첨하기도 전에 당첨을 예상해 비싼 사치품들을 미리 점찍어 두는 쇼핑족까지 생겼다고 한다.

나는 중학교 때 어머니와 함께 은행에 일을 보러 갔다가 5백원짜리 즉석식 복권을 재미삼아 구입한 적이 있다. 두장을 긁었는데, 한장이 1천원에 당첨됐다. 그것을 현금 대신 복권 두장으로 바꿨다. 기대에 부풀어 긁었지만 두장 모두 '꽝'이었다.

허탈한 마음에 어머니께 한장만 더 해보자고 졸랐다. 어머니는 "자꾸 그러면 못쓴다"며 꾸중하셨다.

아쉬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오긴 했지만 한동안 TV에서 복권 추첨 프로를 볼 때마다 미련을 떨치지 못했다. 복권의 꿈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사람들도 나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다. 2천원짜리 복권 한장이 일상의 윤활유가 될지, 허황된 꿈을 좇게 하는 신기루가 될지는 전적으로 구입하는 사람의 마음가짐에 달렸다.

매스컴도 당첨금만 크게 다룰 게 아니다. 복권을 사거나 당첨됐을 때 가져야 할 올바른 태도를 깨우치는 일도 중요하다.

(본지 학생 명예기자.울산 학성여고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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