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발 오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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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로이터」통신사 (런던본사)는 지난 19일 「사이공」발 월남대통령의 발언에 관한 기사를 전문 취소했다. 『월맹은 미국의 북폭정지 제안을 수락했다』는 「티우」대통령의 「봉타우」발언은 이렇게 해서 물거품처럼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로이터」의 공식「스테이트먼트」는 월남인 통신원의 「오버·센스」가 빚어낸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 이상의 시말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런 경우엔 역시 상상력을 동원할 수밖에 없다. 우선 「티우」대통령은 그런 「무드」로 발언했을지도 모른다. 정치 「드라머」는 으례 그만한 내막은 가질수도 있다.
미국 「존슨」정부의 부통령인 「험프리」대통령후보가 악전고투하고있는 상황아래선 일단 계산할수도 있는 일이다. 외신의 보도대로 미국의 북폭제한 안에 「티우」가 강경히 반대한다면 「존슨」대통령의 입장은 좀 난처해질 것은 뻔한 일이다. 그때「티우」가 「로이터」식 발언을 설령 완곡하게나마 했다면 누가 득을 볼지는 환히 들여다보이는 일이다.
반대로 「티우」가 그런 발언을 전연 안했을 수도 있다. 다만 기자의 궁여지책인 상상력에 의한 기사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월남인 통신원에 의한 오보였다는 것은 더 흥미깊다. 만일 그 통신원의 잠재관념이 작용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가능하지 앉을까.
어느 편이든 우리의 주목과 관심을 모으기는 마찬가지이다. 미국이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더구나 공화당이 우세한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별안간 북폭 정지설이 활발히 떠돌고, 또는 「파리」협상이 극적인 「모티베이션」(전환점)에서 활기를 띠는 것은 사실이다.
월남인 통신원이 감히 대통령의 발언이라는 인용문으로 기사를 타전한 것에도 문제는 있다. 혹시나 묵시적인 「무드」가 작용하지 않았을까 하는 가능성. 「티우」정권이 요즘 어느때 없이 긴장한 분위기에서 망명정객들의 입국을 허용하며 심심치않게 반혁명분자들을 색출하는 것은 「정중동」이 그속에 있지나 않은지 모른다.
역사상 이례의 전쟁인만큼 역시 그 끝장도 이례적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럴수록 월남문제는 끝이 나는 것이 아니고,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느낌이 깊어진다. 한낱 기사의 오보는 해명문으로 대신할수 있지만 역사의 오보는 누구도 취소할수 없는 것을 세계의 정치인은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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