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방송 이용, 주가 조작한 기업사냥꾼 일당 잡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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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자본금 없이 기업을 사들이는 이른바 ‘무자본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인터넷 증권방송을 통해 주가를 조작하고 인수회사의 자산을 빼돌린 기업사냥꾼 일당이 적발됐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이원곤 부장검사)는 10일 횡령 등 혐의로 양모(44)와 백모(37)씨를 구속기소하고, 인터넷 증권방송 전문가 고모(38)씨 등 6명은 불구속기소했다.

 양씨 등은 지난해 2~8월 사채를 빌려 코스닥 상장사 쓰리원을 인수하며 명목상 대표이사인 조모(57·불구속기소)씨의 자금으로 인수한 것처럼 허위공시했다. 사채업자들에게는 빌린 돈 대신 주식을 넘겨주고 일정 가격 이상 주가가 상승하면 팔아 이득을 챙기도록 했다. 또 교육업체 지러닝에 대해서도 같은 수법으로 무자본 M&A를 시도했다. 이들은 회사의 주가가 하락하자 허위 보도자료를 내고 인터넷 증권방송 등을 통해 인수가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처럼 풍문을 퍼뜨려 주가를 급등시켰다. 이로 인해 쓰리원은 지난해 2월 1180원이던 주가가 그해 7월 5300원까지, 지러닝도 4월 1260원에서 8월 4295원까지 뛰었다. 양씨 등은 주가 급등으로 수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올렸다.

 증권방송 전문가 고씨는 자신의 인터넷 방송에서 이들 회사의 주식이 대선을 앞둔 테마주라며 공격적인 매수를 권하는 등 주가조작에 가담한 혐의다.

 검찰은 금감원과의 공조를 통해 지난해 8월 첩보를 확인한 뒤 지난 1월부터 본격 수사에 착수해 5개월여 만에 성과를 올렸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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