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송금 수사' 특검서 검찰로 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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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비밀송금 사건의 진상규명이 다시 검찰 몫으로 넘어갈 것인가. 여야가 '국회 상임위 증언'과 '특별검사 수사'로 맞선 가운데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총무의 발언이 파문을 던지고 있다.

그는 9일 기자들에게 "여권이 다시 검찰수사 쪽으로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李총무는 "어제 저쪽 중진인사가 보자고 해서 1시간30분쯤 만났다"면서 "그 인사가 '검찰이 다시 수사에 들어가면 특검제 도입을 유보할 수 있느냐'고 묻기에 '그럴 수 있다.

다만 수사가 미진하면 특검을 추가로 해야 한다'고 답변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저쪽 중진인사'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으나 노무현 당선자 측에선 "민주당 김상현(金相賢)의원인 것으로 안다"고 했다.

李총무의 발언에 대해 盧당선자의 이낙연(李洛淵)대변인은 "당선자 입장과는 무관하다. 적절치 않은 제안"이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무는 "국회 차원의 해법 모색이란 당론엔 변함이 없다"면서도 "특검제만 고집하던 한나라당에 변화가 생겼다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검찰수사안이 정치권에서 돌출한 것은 특검제 문제로 정국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 일부 인사를 포함해 여권에선 "한나라당이 특검 포기 약속만 분명히 한다면 검찰조사도 괜찮다"는 의견이 진작부터 있었다.

여론이 압도적으로 특검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차라리 검찰조사가 낫다는 판단이다. 여권 관계자는 "특검은 판도라 상자 같아서 수사가 한번 시작되면 아무도 제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으로서도 민주당이 끝내 반대할 경우 특검법안을 단독으로 처리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일단 검찰수사를 받아놓고 특검제 카드를 계속 쥐고 있는 게 낫지 않느냐는 전략적 판단도 하고 있다. 盧당선자와 개인적으로 친한 李총무는 국회 격돌을 피하고 싶어한다.

결국 이번 주 초 있을 이규택.정균환 총무의 협상 테이블에 검찰 수사안이 다시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지난 3일 수사 유보 선언을 했던 검찰이 수사를 재개할 경우 또 다른 정치성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한나라당 '대북 뒷거래 조사특위'의 이해구(李海龜)위원장 등도 이규택 총무의 주장을 "개인 의견일 뿐"으로 치부하고 있어 한나라당 내부에서 어떻게 정리될지가 1차 관건이다.

전영기 기자 <chuny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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