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정치개혁 '잰걸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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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지난해 중국 공산당 16차 당대회에서 권력 서열 1위의 당 총서기에 오른 후진타오(胡錦濤.사진)가 정치개혁의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는 올들어 잇따라 열린 공산당 정치국 회의에서 ▶집단지도 체제 강화▶공산당 정치국 회의의 투명성 제고▶형식주의 타파 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회의 내용이 완전히 비밀에 붙여졌던 정치국 회의는 후진타오 총서기가 회의를 주재하기 시작하면서 그 내용이 곧바로 언론 매체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고 있다.

또 전임자인 장쩌민(江澤民)국가주석이 개인적 치적을 크게 홍보하고 매체 등에 이를 집중 부각시키는 '개인숭배'적 성향을 보인데 비해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집단지도 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胡총서기는 특히 현장 방문과 시찰 등에 나설 때도 정치국 또는 공산당 서기처 요원들이 함께 현장을 방문토록 하는 등 공동 행동을 주문하고 있다. 정치제도적 차원의 개혁도 모색 중이다.

그는 최근 열린 정치국 회의 석상에서 "공산당은 다른 민주 정파 등의 감독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밝혀 비록 아직 형식적이긴 하지만 다른 정파가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와 함께 공산당은 5년에 한 차례 열리는 당대표 대회를 매년 여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지방의 각급 당대회에도 매년 한 차례씩 열도록 하고, 각급 공산당 당위원회에 대한 지도.감독 권한을 부여할 방침이다. 즉 의사결정 과정에서 단순한 거수기 노릇만을 해온 당대표 대회를 각 지방 현장과 유기적으로 맞물린 본격 정치조직으로 육성하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말 선전(深)에서 도입키로 한 입법.집행.감독의 3권 분립형 정부 조직 개편은 신임 지도부의 암묵적 지지 하에 이뤄진 것으로 현지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후난(湖南)성의 웨양(岳陽)시장 선거에서는 고위층의 추천을 거친 시장 후보가 현지 인민대표대회 표결 과정에서 낙선하는 이변이 생겼다. '거수기''고무 도장'등의 오명을 갖고 있는 인민대표대회가 실질적 권한을 행사한 것으로, 이 역시 후진타오를 정점으로 하는 신임 지도부의 암묵적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 밖에도 현재 촌(村).향(鄕)의 최하위 단위에서 실시하는 촌장.향장의 직접선거를 그보다 한 단계 높은 청(廳)급 단체장 인선에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의 한 전문가는 "胡총서기 등장 이후 정치 개혁적 성향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취임 초기의 반짝 개혁에 불과할지는 좀더 두고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베이징=유광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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