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기, 페이퍼컴퍼니 통해 게임회사 운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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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이익을 가져오는 사람들한테는 스톡옵션이나 무상주라도 내줄 용의가 있으니까 잘 좀 만들어봅시다.”

 지난해 10월 22일 서울 강남 소재 게임업체인 ‘RNTS 미디어’에서 열린 국제전화회의 내용이다. 회의 주재자는 영국 런던에 머물고 있던 김석기(56) 전 중앙종금 사장. 골드뱅크 주가 조작 사건으로 지명수배돼 2000년 해외로 도피한 지 12년째 되던 해의 일이다. 해외에 있는 김씨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사실상 국내 회사의 최고경영자(CEO) 역할을 하며 사업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와 인터넷 매체 뉴스타파는 6일 이런 내용을 포함해 김씨와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54) 시공사 대표의 페이퍼컴퍼니 관련 추가 의혹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김씨는 2001년 멀티럭 인베스트먼트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세웠다. 멀티럭은 부인인 윤석화(57)씨와 아들 김모(10)군이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또 홍콩에 설립한 법인 킴바코를 통해 ‘SYSK 리미티드’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이는 석화 윤, 석기 김의 약자다. 김씨는 지난해 RNTS를 통해 국내 소프트웨어업체인 U사와 35억원 규모의 프로그램 개발 계약을 했다. 그러나 대금의 5%만 지급한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한 혐의로 지난 3월 고소된 상태다. RNTS 미디어의 지주회사인 네덜란드 법인 RNTS N.V의 지배구조도 김씨와 관련이 있다. 이 회사의 자본금은 500만 유로(약 75억원)다. 최대주주인 SYSK리미티드(33.5%)와 2대 주주 사핀다 홀딩(25%) 모두 김씨 지배하에 있었다. 뉴스타파는 “지주회사의 룩셈부르크 주식시장 상장을 통해 차익을 실현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사핀다의 자회사인 아주부의 해외상표권 등록권자도 SYSK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주부는 온라인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와 프로게임팀 후원 등으로 유명해졌다.

 전재국 대표는 2004년부터 아랍은행 싱가포르 지점으로부터 ‘특별 서비스’를 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페이퍼컴퍼니 ‘블루 아도니스’를 설립한 뒤 보름 만에 자신이 단독 이사인 이사회에서 회계장부, 세부회의록 등 모든 서류를 위탁한 것이다. 뉴스타파는 “이사회 결의서에 표기된 ‘c/o(care of)’란 용어는 회계관리·행정업무 등을 위탁 대행했음을 뜻한다”고 분석했다. 금융 전문가는 “해당 계좌에 최소 200만~1000만 달러는 지속적으로 예치돼 있어야 가능한 서비스”라고 설명했다.

민경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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