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구리를 만나면 설레고 떨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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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결승1국>
○·이세돌 9단 ?●·구리 9단

제2보(15~28)=이세돌 9단과 구리 9단은 32강전에서도 격돌했지요. 그 판은 ‘4패’라는 희귀한 형태가 등장하며 승부가 되었고 재대결을 벌여 구리가 승리했습니다. 32강전은 다행히 4명 중 2명이 올라가는 ‘더블 일리미네이션’ 시스템이어서 이세돌은 2위로 16강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그 두 사람이 다시 결승에서 만난 게 신기하군요. 상하이에 오니 구리가 술을 끊고 체조선수 출신 미녀와 결혼한다는 얘기부터 구리가 상하이에서의 결승전은 모두 졌다는 이상한 징크스까지 온갖 얘기가 쏟아집니다.

 이세돌 9단은 인터뷰에서 “구리를 만나면 가슴 설레고 떨린다”고 말합니다. 진심일 겁니다. 두 기사의 상대 전적은 이세돌 기준 14승1무16패. 팽팽하지만 최강 이세돌이 더 많이 졌다는 사실에서 새삼 구리의 존재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구리는 15, 17로 두어 흑▲와의 밸런스를 잡습니다. 바둑은 밸런스가 중요하지요. 우칭위안 9단이 말한 ‘조화(調和)’도 같은 의미일 겁니다. 하변을 견제한 이세돌의 18, 그리고 20과 22도 바로 밸런스에 역점을 둔 수들입니다. 23도 비슷한 의미지요. ‘참고도1’ 흑1로 뛰어들면 편하긴 하지만 이 그림은 백△가 너무 빛나지 않습니까.

 25가 구리다운 강습입니다. ‘참고도2’처럼 견실하게 두면 무난하겠지만 그는 너무 싱겁다며 한판 붙어보자고 나옵니다. 이세돌도 즉각 26, 28로 강력하게 절단했는데 과연 구리의 수습책은 무얼까요.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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