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꽃을 보는 마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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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인간의 정서는 생활감정을 순화하여 철학빈곤의 거칠고 메마른 우리사회를 윤화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따라서 이 정서생활에는 꽃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필자는 올 봄 일본의 원예업계를 시찰, 연수하고 돌아온 일이 있다.
초청장과 함께 동봉해 온 초청자의 글월 속에는 필자가 원하는 농장에서 주인과 숙식을 같이 하면서 일하고 연구할 수 있게끔 모든 교섭과 준비가 되어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막상 「도오꾜」에 도착하여 초청자를 만나보니 그 뒤 사정이 달라지고 말았다는 얘기다. 며칠을 「호텔」에서 허송하다 하루는 모씨의 소개로 「도오꾜」농업시험장 「마쓰모도」(송본일)주임기사를 만나 보게 되었으니 이것이 소원성취의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다찌가와」(입천)에 자리잡은 커다란 시험장사무실에서 「마쓰모도」씨는 필자의 몸매며 옷차림, 지니고 있던 「카메라」등을 훑어보더니 『김상은 「햑쇼」(농민)같지 않군요?』했다.
50년을 두서너살 넘어보이는 촌부「타입」의 동씨의 질문은 마땅한 것이었다. 필자는 서슴지 않고 『네, 저는 꽃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꽃을 전업으로 해본 일은 없습니다. 여름철이면 꽃을 가꾸어 벗들에게 나누어주는 일이 무척 즐겁고, 또 보람을 느끼지요. 어쩐지 아름다운 꽃을 돈과 바꾸는 일에는 아직 결심이 서지 않는군요』라고 동문서답격인 대꾸를 했더니 씨는 즉석에서 이를 수긍했다
『나도 30년 동안 이일에 종사하면서도 꽃장사를 할 생각은 아직 못 가져봅니다.』
우리는 꽃을보는 공통점을 발견한 셈이다. 지금도 일본체재 중 그가 남겨논 말의 여운을 되씹으면서 그의 소박한 농군의 자세를 잊을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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