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주총 연기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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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현대전자(현 하이닉스반도체)의 영국공장 매각대금 1억달러가 사라진 사건과 관련, 하이닉스 소액주주들이 주주총회의 연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소액주주들의 모임인 하이닉스 국민운동연합회는 7일 외환은행 등 채권단과 하이닉스에 공문을 보내 "1억달러 증발사건의 진상과 책임소재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25일로 예정된 주주총회가 강행돼서는 안된다"며 "특히 이번 주총에서는 소액주주에게 큰 손실을 끼치는 21대 1 감자안이 확정될 예정이기 때문에 주총을 최소한 3월 말로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이와 함께 당시의 현대그룹 최고경영자였던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과 현대전자 사장이었던 박종섭씨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할 방침이다.

연합회는 "1억달러 증발사건이 발생한 2000년 5월은 하이닉스가 LG반도체와의 합병에 따른 자금압박 등 13조원의 부채에 시달리고 있을 때"라며 "주가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불법이 저질러졌는데도 그에 관한 진상규명 없이 감자안이 확정돼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하이닉스 채권단은 지난해 말 하이닉스의 무담보 채권 1조9천억원을 출자전환하는 한편 대주주.소액주주의 구분없이 21대 1로 균등감자하기로 결정했었다.

이에 대해 연합회측은 균등감자를 할 경우 소액주주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 하이닉스의 회생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채권단 등 대주주는 20대 1, 소액주주는 5대 1의 차등감자를 주장해왔다.

연합회의 오필근 의장은 "지난해 7월 감자안이 나오기 시작한 이후 6백원이던 주가가 최근 2백원대로 폭락했다"며 "하이닉스를 살리는 게 목표라면 차등감자를 실시한 후 유상증자를 통해 회사가 설비투자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채권단 관계자는 "이미 채권단 협회를 통해 균등감자안을 확정지은 상태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논의는 필요치 않다"며 "주총을 연기하기보다는 서둘러 감자안을 확정해 하이닉스의 회생을 돕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김준현 기자 <take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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