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올해는 2002년이다. 다시 말해 경계선 양쪽의 관광객들이 비무장지대의 광경을 둘러보고, 75야드(67.5미터) 떨어진 곳에서 서로를 향해 즐겁게 손을 흔들고 각각 에어콘이 있는 관광 버스에 탈 수 있는 때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이라크, 이란과 함께 '악의 축'으로 뭉뚱그렸다. 그러나 나는 북한에게는 얼굴 없는 적 이상의 것이 있음을 목요일 알게 됐다. 나는 여기서 북한의 1966년 월드컵 팀이 이룬 '잔디의 기적'에 관한 1시간 분량의 흥미로운 영국 다큐멘터리를 인용하겠다. 이 프로그램은 한국 TV에서 방송됐다.
축구광에게 이 다큐멘터리는 아주 귀중한 작품이다. 여기에는 북한 선수들이 이탈리아를 침몰시키며(탈락한 아주리 군단은 제노바에 도착해서 쓰레기 세례를 받았다) 사람들을 경악시켰던 모습과 3-0 리드에서 5-3으로 역전 당했던 포르투갈과의 8강전 패배 장면이 담겨 있다.
냉전이 극에 달했던 시절, 북한 선수들이 공격적이고 열정적인 경기를 펼치자 잉글랜드 팬들은 북한 선수들에게 열광했다. 팬들은 사인을 받기 위해 북한 선수들을 둘러쌌고 미들즈브러와 리버풀 구장에서 북한 국기를 흔들었다. 북한 선수들은 여기에 걸맞는 보답을 했다. 그들은 미소를 보이며 응답했고 결국 유럽인들이 월드컵 사상 최대의 이변으로 생각하는 사건을 일으켰다(1950년에 미국이 잉글랜드에 1-0으로 승리한 것보다 더 큰 이변이었다).
축구 외교는 바로 이런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의 제작자는 우리에게 1966년의 축구 장면과 당시 선수들과의 최근 인터뷰를 보여준다. 그리고 우리는 이를 통해 북한 사람들의 순수한 감정을 느낄 수 있다(속보 : 그들은 사람이다). 여기에는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박두익(현재 치과의사)이 있다. 또 월드컵 사상 최고의 순간을 회상하며 울고 웃고, 심지어 직접 공까지 차 보이는 박두익의 동료들도 있다. 아무리 미국인이라도 눈에 눈물이 맺힐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자신들의 생명을 DMZ에 걸어놓은 군인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특히 9·11 이후에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잠시 스포츠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경계선을 초월하는 힘을 가졌다는 것을 상기하는 일도 나쁘지 않다. 북한의 보통 사람들에게 이번 월드컵에서 어느 팀을 응원하겠냐고 물었던 최근 기사를 생각해 보자.
그들 중 압도적으로 많은 수가 한국을 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