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에 100억 투자, 초음파기기 R&D기지 증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룸피

저출산 추세는 관련 산업을 위협한다. 태아 건강을 살피는 산부인과용 초음파기기는 직격탄을 가장 먼저 맞을 수 있는 분야다. 그런데 이 분야 세계 1위 기업인 GE헬스케어가 초음파기기 연구개발(R&D)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 그것도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다는 한국에서다.

 30일 GE헬스케어는 경기도 성남시에서 회사 사상 최대 규모의 초음파 연구·생산기지를 증설하는 착공식을 열었다. 공사비만 900만 달러(약 100억원) 규모다. 5600㎡ 면적의 6층 연구동을 내년 2월까지 완공해 2017년까지 초음파기기 생산량을 2배로 확대할 예정이다. 국내 연구·생산기술 인력 채용도 함께 늘린다. 행사를 하루 앞둔 29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만난 GE헬스케어의 칼 하인즈 룸피(48) 사장은 “신흥국보다 기술력이 뛰어나고 서구보다 인건비가 싼 한국은 저출산 시대에 맞는 초음파기기 생산의 최적격지”라고 말했다. 룸피 사장은 글로벌 초음파사업부와 여성부문을 총괄한다.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은 중요한 시장’이라면서도 국내에는 영업이나 판매 조직만 두고 R&D나 생산을 하지 않는다. 동남아·중국·남미 같은 나라에 비해 인건비가 비싸고, 그렇다고 기업 이미지를 위해 투자를 늘릴 만큼 인구가 많은 시장도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룸피 사장은 “한국의 경쟁력은 바로 사람”이라고 말했다. 엔지니어가 중국·인도에 비할 수 없는 기술력과 경험을 갖췄으면서도 인건비는 미국이나 유럽보다 저렴하다는 것이다. 단순한 인건비보다 기술력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29년의 역사를 가진 한국GE초음파는 GE헬스케어 전체 초음파기기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생산기지다. 국내 중소기업 120곳에서 공급한 부품으로 생산한 기기의 95%는 해외 160개국으로 수출한다. 룸피 사장은 “지난 3년간 한국의 연구인력을 20% 늘렸는데, 한국이 지난해 4건의 신기술을 개발해 사내 최대 실적을 냈다”고 말했다. 그는 “신흥시장은 가격은 낮지만 기본 기능은 프리미엄급인 기기를 원한다”며 “그런 제품을 경쟁력 있는 비용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춘 곳이 바로 한국”이라고 말했다. 룸피 사장은 “한국 새 정부가 창조경제의 핵심 분야로 헬스케어를 꼽았다고 들었는데, 여성 헬스케어가 바로 그 중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서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