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애국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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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국인과 서양인의 발상법 의 차이는 생활의 구석구석에까지 나타난다. 가령 서양인은 모든 것을 자기 중심으로, 자기를 통해서 생각해 본다. 한국인은 그렇지가 않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자기주소를 밝힐 때에도 서양인은 자기 집 번지, 동명, 도시명, 그리고 국명으로 차츰 밖으로 확대되어 가는 반면에 우리들은 그 역으로 안으로 좁혀들어 가면서 자기의 위치를 확인해 나간다.
그러니까 서양인은 나라에 앞서 먼저 자기를 생각하는데 비겨 한국인은 자기에 앞서 나라를 먼저 생각한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기에 또 우리나라에 애국자가 많아지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실제에 있어서는 제5열과 같은 반국가적 파괴자들 즉 「업턴·싱클레어」가 비꼬아 쓴 「백%애국자」와 같은 사람들만이 가득 차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만 갈다.
나라를 먼저 생각한다고 애국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가라는 이름의 그늘 속에 숨어서 온갖 부정을 일삼게 되기 쉬운 것이다. 자기를 먼저 생각하고, 자기와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보다 행복하게 살수 있도록 하기 의하여 나라를 사랑하게 될 때 오히려 참다운 애국심이 움트고, 자유의 가장 성실한 수호자가 생겨나는 것이다.
그 오랜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용케 맑은 표정을 간직할 수 있었다고 한 친구가 말하니까. 나는 더러움에 물들기에는 너무나도 나를 사랑했노라고 대답했던 사람의 말이 생각난다. 그것은 「프랑스」혁명 중에 뭣을 했느냐는 질문에 대하여 『나는 용케 살아남았다』고 대답했던 「프랑스」의 한 약삭빠른 문사의 처세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남기만 하면 된다면야 요새처럼 살기 좋은 때는 없다. 그러나 그러 는 동안에 자기는 시궁창의 물처럼 더럽혀지고 만다. 그런 사람들이란 도리어 그러한 자기에 눈 딱 감고있을 때 절로 대한민국 만세가 나올 것이다. 통운의옥 사건이며 자동차 조립증 부정유출사건 등 매일처럼 터져 나오는 부정·오직의 관련자들은 엊그저께까지 「애국」을 구가했을 것이다. 정말로 모두가 「백%애국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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