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제시한 자료 공격 근거 안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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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미국이 5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은닉과 무기사찰 비협조에 대한 각종 자료를 공개했지만 프랑스.러시아.중국 등 다른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은 이라크 공격에 반대하며 사찰 연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찰 연장하라"=프랑스.중국.러시아는 미국이 제시한 각종 증거들은 이라크 공격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아니라 유엔 무기사찰단이 진상을 확인하기 위해 더 활동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반응했다.

도미니크 드 빌팽 프랑스 외무장관은 "이라크 문제의 정치적 해결은 여전히 가능하다"며 "이라크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사찰단을 증원하는 등 사찰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탕자쉬안(唐家璇)외교부장도 "이라크 문제는 유엔의 틀 안에서 정치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며 사찰 연장을 주장했다. 이고리 이바노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우리는 평화적인 해결을 기대한다"며 이라크 공격에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미국과 입장을 같이해온 영국의 잭 스트로 외무장관만이 "무장해제를 거부하는 이라크에 대해 유엔이 무력사용을 승인하는 결의안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보리 비상임 이사국 중 요슈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군사행동에 대한 반대를 거듭 표명한 반면 스페인.불가리아.멕시코는 "이라크가 사찰을 계속 방해할 경우 군사행동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14일 안보리 회의가 고비=미국은 정보망이 노출되는 위험을 무릅쓰고 감청자료 등 민감한 내용까지 공개해 이라크의 사찰 비협조와 이라크 공격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각국에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고 미국 언론들은 평가했다.

그러나 이라크 공격을 반대해온 다른 나라들이 여전히 입장을 바꾸지 않음에 따라 14일로 예정된 유엔 사찰단의 안보리 2차 보고가 중대한 고비가 될 전망이다.

뉴욕 타임스와 CNN은 "미국.영국은 14일 회의 때 이라크의 무장해제 거부를 이유로 이라크 공격을 승인하는 안보리 결의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이와 관련, "이라크는 14일까지 무기사찰단에 전적으로 협조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안보리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 타임스는 미 행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라크 공격 결의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없을 경우 미국은 유엔을 거치지 않고 영국과 일부 우방만으로 3월 초 이라크에 대한 공격 준비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6일 이라크전 발발시 전쟁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에 들어갔다.

채병건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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