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街 엑소더스…증권맨들 봉급 줄자 헤지펀드로 이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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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뉴욕=심상복 특파원] 미국의 유명한 증권맨들이 잇따라 월가(街)를 떠나고 있다. 투자전문가들의 월가 엑소더스 현상은 증시 침체가 3년째 계속되고 있는데다 허리띠를 졸라맨 증권사들이 보너스까지 대폭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월가의 대형 증권사를 그만두겠다고 밝힌 유명 전문가만 모건스탠리의 글로벌 투자전략가인 바톤 빅스, JP모건 체이스의 수석 투자전략가인 카를로스 아실리스, 골드먼삭스의 수석 기업금융책임자인 데이비드 바움, 메릴린치의 은행 애널리스트인 주다 크로샤 등 4명에 이른다.

올해로 70세인 빅스는 재치 있는 시장분석으로 잘 알려진 베테랑 전략가로 모건스탠리 증권의 초대 리서치 책임자였다. 그는 헤지펀드인 트랙시스 파트너스로 옮길 예정이다. 아실리스는 대학교수와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를 거친 경제학 박사로 역시 헤지펀드이자 전 직장인 베가 애셋 매니지먼트로 복귀한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6일 증시 침체와 보너스 감축으로 유명 증권맨들이 월가를 탈출하고 있다고 6일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지난해 월가 증권사의 보너스는 전년 대비 평균 37% 줄었다. 호황이 최고조에 달했던 1990년대 말에 비하면 59%나 감소했다.

기업 인수.합병(M&A)부문 임원의 보너스는 90년대 말 3백만~5백만달러에서 최근에는 1백만~1백25만달러로 줄었다.

지난 1월 보너스를 지급한 메릴린치와 JP모건 체이스, 골드먼삭스, 모건스탠리 주요 투자은행들도 모두 예년보다 금액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M&A나 기업공개(IPO) 등 일거리가 줄어들고, 앞으로 증시전망도 좋지 않다는 점도 이들이 이직하는 또 다른 원인이다.

월가를 탈출한 이들 증권맨들의 목적지는 주로 헤지펀드와 소형 자산운용사 등이다.

소형 자산운용사는 저비용 구조를 갖추고 있어 침체장을 헤쳐 나가기가 대형 증권사에 비해 한결 쉽고, 헤지펀드는 수익률이 증시를 웃돌고 있어 직원들에 대한 보너스 수준이 증권사보다 높다는 점이 매력이다. 헤지펀드들은 고객들로부터 관리 수수료 외에 순익의 20%를 성공 보수로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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