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수 목격 두아이 엄마, 버스서 내려 테러범 막아서며…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진 트위터 캡처]

온 몸에 피칠갑을 하고 흉기를 들고 선 테러 용의자에게 다가가 추가 범행을 막고, 용의자들을 진정시킨 40대 중년 여성의 영웅적 행동이 런던 시민을 감동시켰다.

22일(현지시간) 럼던 템즈 강변 인근에서 이슬람 급진주의자로 추정되는 괴한 2명은 시민들 앞에서 영국 군인을 칼로 찔러 살해했다.

이들은 군인을 살해한 뒤에도 현장을 떠나지 않고 손에 칼을 쥔 채, 시민들 앞에서 반정부적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의자들은 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고 외치는가 하면 “영국정부와 싸워야 한다”, “여자들이 이 일을 목격하게 만든 점은 미안하다” 등의 말을 쏟아냈다.

그때 한 여성이 용의자의 앞으로 다가섰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어린이 스카우트 지도자인 잉그리드 케넷(48)은 버스를 타고 현장을 지나가고 있었다. 피범벅이 된 현장을 목격한 케넷은 버스에서 내려 피해자 상태부터 확인했다. 피해자는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주위를 둘러본 케넷은 깜짝 놀랐다. 피묻은 칼을 든 용의자가 옆에 보였기 때문이다. 용의자는 ‘우리는 런던과 전쟁을 원한다’고 소리쳤다.

케넷은 용의자에게 다가가 “당장 그렇게 하면 많은 사람들과 맞서게 될 것이고, 너는 질 것이다. 그렇게 되기를 바라느냐”며 “지금은 참고 싸울 때다”고 용의자를 진정시켰다. 케넷은 영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몰랐지만 다른 사람들이 피해를 입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용의자에게 다가가 '원하는 게 뭐냐'고 물었다"고 말했다.

이후 경찰이 출동해 용의자들을 총으로 제압했다. 총에 맞아 부상을 입은 용의자들은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다.

영국 네티즌들은 케넷의 행동에 대해 ‘믿을 수 없는 용기를 보여줬다’, ‘존경스럽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경찰당국은 현재 범행 동기, 범인들의 신원과 건강 상태 등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이번 사건의 조사를 테러대응 팀에서 맡고 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 관리들은 ‘이슬람 급진주의에 동기를 부여받은 테러’로 이번 사건을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를 방문 중인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번 사건이 테러라고 할 만한 강한 징후가 있다”며 “영국은 테러에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민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