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장소와 월맹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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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하노이」가 3·31「존슨」미대통령의 성명을 수락한지 오늘로써 꼭 한달이되었다. 그러나 미·월맹간에는 아직도 예비회담(접촉)의 장소조차 정하지 못한채 신경전적인 탐색만을되풀이하고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미국은 예비회담의 장소로「제네바」를 포함한 15개장소를 제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밖에도 미국은 지난1일에는「인도네시아」가 제안한「통킹」만에서의 함상회담까지 수락한바 있었다. 그러나 월맹은 아직도 표면상으로는「프놈펜」및「바르샤바」를 고집함으로써 여전히 협상의 전도를 흐리게하고있다.
특히 미국이 함상회담을 수락한 것은 제3자의 조정안을 받아들인다는뜻도 포함된 것이다.따라서 월맹이 이것을 거부했다는 것은 제3자의 조정마저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비협상에서의 장소문제는 아무것도 아닌것같으나 이것은 앞으로의 협상에서 타협할 수있느냐 아니냐를 판가름 할수 있는 계기가 되는 동시에 쌍방의체면을 공평히 살릴수 있는 계기도 될 것이다.
미국은 예비회담의 장소로서 무려 15개장소를 제안하면서 월맹에 선다의 기회를 주었고 그들의 체면을 세울수있는 기회를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하노이」가 거부하는 이유는무엇때문일까.
첫째로「하노이」는 장소결정전에 예비회담에서 토의하기로된「전면북폭중지」를 보장받고 그럼으로써 그들이 내세우고 있는 선전면북폭중지, 후회담의 주장을 관철시키려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것이다.
현재 예비회담은 개최되지 않고있지만「라오스」의「비엔티앤」에서는「설리번」동국주재미국대사와「찬」월맹대리대사간의 실질적인 빈번한 접촉이 있다.「하노이」는 회담의 단계로서 지금의「라오스」접촉단계로부터 제2단계(예비회담) 제3단계(본회담) 제4단계(확대회의)등을 구상하고 있는듯하나 제1단계부터 미국에 대해 굴복을 요구하고 있다고 보겠다.
둘째로「하노이」는 장소문제를 질질 끌므로써 미국내 또는 국제여론으로 하여금 미국 행정부에 일종의 심리적 압력을 가하려는 심산일지 모른다. 특히「하노이」는 과거「존슨」대통령이 여론에 못이겨 그의 3·31성명을 내놓을수 밖에 없었다는것을 감안하여 앞으로도 그들이 버티기만 하면 미국은 별수없을 것이라는 생각밑에 그렇게 나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따라서 미국이 양보할수록「하노이」는 더욱 기고만장할 것이 틀림없는 것이다.
세째로「하노이」가 장소문제를 가지고 지연전술을 쓰는것은「하노이」내부에서 강경파와온건파간의 대립때문인지도 모른다. 「하노이」의 강경파인 국민의회상무위원장「추온·친」은 4월30일 협상을 반대하며 전면북폭중지를 요구하는 강경한 발언을 하였다.
「하노이」가 지연전술을 펴는 이유가 어디에 있든간에 미국은 그에 양보해서는 안될 것이다. 「하노이」가 협상에 긍정적인태도를 보이지않는한, 그와같은 양보는「하노이」를 더욱 오만하게 만드는 결과밖에는 되지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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