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가 떠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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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에서 명물이 하나 또 없어진다. 70년동안 서민의 발이되어오던 전차를 금년안에 서울도심지에서 철거시키겠다고 서울시장은 발표했다. 미국인「콜부란」과「보스트위크」가 한국황제의 특허를 얻어 정부와 합판형식으로 한성건기회사를 설립한 것이 1898년. 그이듬해 5월서대문에서 동대문을 거쳐 청량리 홍능에 이르는 단선궤도의 개통식이 있었다.
이날 신기한 동차를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길이 막힐 정도였고 그 후에도 한번 타면 해질때까지 내리지않는 사람들로 항상 붐볐다. 그 당시에는 정류장이 따로 없고 아무데서나 사람들이 내리고 탈수있었다.
또 전차의 개통과 함께 이조 초부터 성문들을 종로의 종소리와 함께 개폐하던 제도도 자연히 폐지되었다.
전차는 처음부터 여러번 기구한 운명을 겪어야만했다. 개통후 가뭄이 계속되자 전차가 공중의 수분을 흡수해가기 때문이라는 소문으로 농민의 원한이 전차에 몰리기도 했다. 때 마침 궤도를 횡단하려던 아이가 치여죽었다. 이를 보고 격노한 군중은 전차에 불을질러 태워버렸다. 그 당시의 차장이 모두 일본인들이었던 관계로 민중의 반일감정이 폭발한것이라고 보는 사가도있다.
「콜부란」은 또 다시 종로에서 용산에 이르는 전차노선을 건설하였다. 이와 동시에 전차운영에서 생기는 손실을 전등의 경영으로 메우기 위해서 발전기를 증설하였다. 이것이 서울에서 전등불이켜진 효시가 된다.
이처럼 우리네 근대화와 함께 늙어간 전차가 이제 어린이의 노래에서도 사라지게 되려나보다. 도심지에서 철거된 전차가 앞으로는 변두리를 달리게 된다지만 그것도 몇 년후에는 다시뜯기게될 것이다. 그런게 시대의 뒤바뀜일 것이다. 한편 언제 헐릴지도 모르는 전차길을 장식하겠다고 혜화동「로터리」위엔 꽃으로 덮일「터널」이 만들어지고 있다. 미소가 절로 나오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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