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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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여자넷이 모이면 접시가 없어지고 뒤집어진다는데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끼리 병아리 사회생활의 불평, 학교시절의 얘기로 꽃을 피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모퉁이를 돌아서는데 어느집「라디오」에서 「피아노」음이 흐르고 있었다. 집에가서들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창피고뭐고 껑충대며 뛰었다.
숨이 턱에차 헉헉대며 집에 닿았을때는 모두들 눈이 둥그래졌고 「라디오」는 잠잠하였다. 하필이면 망가지셨단다. 『지금 망가질게 뭐람』투덜대며 애꿎은 방문만 메어 박았다.
언젠가는 학교에서 배웠던 이태리 가곡부터 시작해서 아는 노래는 모두 불렀다.
이웃집할머니는 듣다못해 시끄러운 창가는 그만두고 조용한 창가를부르라고 하신다.
엄마는 다큰 계집애가망측하게 소리소리 지른다고 야단이시다.
지금 난 시끄러운 창가도좋고 무순음악이라도 꼭 듣고프다.
누가 이조그만 시골에서 음악회를 열어주는이는 없을까? 음악회는 꼭 서울에서만열어야 하는것일까. 음악회에 초대받는다는건 얼마나 멋진일일까. 나의이런생각은 계절의탓만은 아닌것같다. <이혜원·20·강원도 홍천읍 희망리1구4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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