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두 살 차이, 이세돌과 최철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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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보(1~16)=1983년생 이세돌 9단의 후계자로 가장 유력했던 인물이 85년생 최철한 9단이지요. 그러나 불과 두 살의 나이 차로 선후를 논하기는 힘들었던 걸까요. 89년생 김지석에 이어 93년생 박정환까지 등장하며 ‘송아지 삼총사(최철한-박영훈-원성진)’도 어느덧 어른이 되어갑니다. 9년 전인가요. 함께 눈 덮인 소백산에 올라 미끄럼을 탈 때만 해도 송아지 삼총사는 진짜 풋풋한 신인들이었지요.

 최철한 9단이 이세돌 9단을 넘어서기 힘들었던 진짜 이유는 ‘동문수학’ 탓이란 생각도 듭니다. 어려서 2년이면 큰 차이죠. 몸집도 실력도 큰 차이죠. 더구나 최철한은 어른들한테 할 말 다하는 ‘세돌 형’의 당당함에 존경심을 품었다고 고백한 바 있습니다. 그런 심리상태가 바탕에 깔려 있으니 극복하기엔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이 판은 준결승 3번기 2국입니다. 이틀 전의 1국은 이세돌 9단이 흑을 들고 175수 만에 불계승했습니다.

 초반 포진에선 ‘백의 중국식’이 이채롭군요. 14까지 평범한 흐름인데요, 14로 A에 두지 않은 것은 흑B가 싫었기 때문입니다. 15도 무난해 보이는데 고수들은 이 수가 약간 느슨했다고 지적합니다. ‘참고도1’ 흑1로 곧장 파고들어 선착의 파워를 보여줘야 했다는 거지요. 흑이 노리는 수는 바로 15의 붙임입니다. 이 수에 백은 C 정도인데 흑은 넘어가서 좋다는 겁니다. 백이 ‘참고도2’처럼 반발하는 것은 흑6으로 끊겨 바로 안 됩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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