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3월의 분단장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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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창밖엔 아침부터 오던 비가 계절을 거슬러 올라가 눈으로 변해 오고 있다. 눈 속엔 딱딱한 군인의 마음까지도 「센티멘틀」하게 만드는 어떤 요소가 있는 모양이다. 방금 후보생들에게 전사를 2시간 가르치고 돌아온 것이다. 날이 궂어서 그런지 후보생들의 눈빛에 피로가 엿보여 제식훈련 대신에 강의실에서 전사를 가르치니 후보생들이 무척 좋아했다.
ROTC와는 인연이 깊은지 분단장일을 꽤 오래 맡아왔다. 해를 거듭할수록 「리베럴」한 생활을누리던 대학생들에게 딱딱하고 규칙적인 군사학과 제식훈련을 가르친다는 것이 참으로 실전만큼이나 어렵다고 느껴진다. 게다가 그들은 지성인들이기에 강요을 할 수없고 될 수 있는 대로 모든일을 자발적으로 하게 만들어야한다. 그러나 흐물흐물하던 꼬마후보생이 소위로 임관되고 장교복을 입어 늠름함을 보여줄때는 조각가가 다 완성된 조각을 보고느끼는 그런 보람을 느낀다. 한편 ROTC 군사학에 치중한 나머지 군사학 점수는 월등하나 학교 학점이 모자라 하사관으로 되는 후보생을 볼때는 정말가슴이 아프다.
잿빚 하늘에선 끊임없이 눈이 내린다. 똑, 똑, 똑 「노크」소리가 들린다. 후보생 때를 완전히 벗은 이번에 임관된 육군 소위다.
『훈련! 분단장님께 감사드릴께 있어 왔읍니다.』
후보생 시절에 경례를 잘못하여 특성훈련(기합)을 곧잘 받았던 그가 경례도 정확히 한다. 그가 나에게 감사할 건 내가 그에게 가한 기합을 망나니인 그의 동생에게 써먹었더니 그동생이 이제는 착실하게 공부만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 기합을 특허 냈으면 좋겠다고한다. 나는 크게 웃었다. 바깥 하늘은 울적한 회색인데 내마음은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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