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육수당 바우처? 부모들 부글부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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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원이라고 해 봤자 한 달 기저귀 값도 안 되는데, 그걸 감시하겠다니요?"

 서울시 양천구에 사는 주부 박모(32)씨는 양육수당 바우처 지급에 대한 생각을 묻자 대뜸 목소리부터 높였다. ‘감시’라는 표현을 쓸 만큼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박씨는 8개월짜리 딸아이를 기르고 있는 직장맘이다. 현재는 육아휴직 중으로 8월부터 다시 회사에 나갈 예정이다. 그는 “바우처로 받는다면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게 낫겠다”고 했다.

 양육수당은 정부가 아이를 집에서 키울 경우 나이에 따라 월 10만~20만원씩 현금으로 지급하는 돈이다. 0~5세 아이 120만 명이 대상이다. 문제는 부모들이 양육수당을 본래 목적과는 다른 용도로 전용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양육수당을 현금이 아닌 구매 물품을 제한하는 카드(바우처)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은 그래서다.

 보건복지부는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 보건복지위 의원들과 당정협의를 열고 양육수당을 바우처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지난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구체적인 바우처 지급 형태를 논의 중이다. 현재 어린이집을 다니는 영·유아에게 지원하는 보육료는 바우처(아이사랑 카드)로 지급되고 있다.

 상당수 어머니들은 양육수당을 바우처로 받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복지부와 육아정책연구소가 지난달 한국갤럽에 의뢰해 2006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5.5%가 양육수당 바우처 지급에 반대했다.

 이 같은 반대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이날 당정협의에선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복지부는 당정협의 후 “양육수당 지급 방식에 대해선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고만 밝혔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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