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새 여야 원내대표에게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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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어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새 원내대표가 각각 선출됐다. 원내대표는 ‘원내교섭단체 대표의원’으로 국회의 운영을 주도하는 지휘자(floor leader)다. 여야에 모두 중차대한 시점에서 선출된 원내 지도부인 만큼 국민의 기대도 크다.

 새누리당의 최경환 신임 원내대표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발등의 불인 ‘윤창중 쇼크’의 진화, 다른 하나는 집권당으로서의 존재감 부각이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새누리당은 청와대에 밀려 집권당다운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친박 실세인 최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섰으니 변모된 모습을 보일 필요가 있다. 또 경제사정이 좋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민생 분야에선 민주당과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민주당의 전병헌 신임 원내대표가 짊어진 짐은 더 무겁고 복잡하다. 10월 재·보선과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계파 체질과 이념색에서 벗어나 중도층의 지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쉽지 않은 과제를 떠안았다. 게다가 안철수 신당과 관련해 정치권에서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어 그의 조타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그는 선출 직후 선명한 야당을 강조하면서도 ‘국민의 생활, 국민의 눈’을 화두로 꼽았다. 다소 이질적이지만 선명성과 합리성을 동시에 갖추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윤창중 사건’ 탓에 자존심을 잃고, 경기침체 때문에 생계를 위협받는 수많은 국민을 고려한다면 방향 자체는 잘 잡은 셈이다. 이를 실현시키는 데엔 당내의 복잡한 역학관계를 아우르는 리더십이 관건이다.

 두 원내대표는 각각의 당내 현안 외에 즉시 서로 협조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원만한 국회운영이다. 이미 국민들은 국회 선진화에 대한 기대를 접은 지 오래다. 두 원내대표는 국민의 차가운 시선을 통감하고 순조로운 국회 운영에 힘을 모아야 한다. 정쟁으로 민생법안을 미루거나, 예산안을 늑장 처리하는 등의 구태를 되풀이하면 곤란하다. 국회가 엉망이 되면 여야는 도매금으로 국민의 불신을 산다. 두 원내대표는 긴밀한 소통과 대화로 국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