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녀의 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첫아기를 가져 처음으로 아빠가된 기쁨은 무엇보다도 충격적인 것인 모양이다. 보호자의 품에서 자라온 내가 어느새 다시 한 생명의 보호자 입장에 서게 됐다는 대견함에서 일까? 한 성인된 남성이 겪어야하는 의무와 권리가 하루아침 새로움으로 나타났기 때문일까.약간은 감당하기 힘든 징도로 가슴뿌듯이 밀려오는 기쁨이다.
○…그런데 대개의 사람들은 아들 낳기를 원한다. 그래선지 아들을 낳았다면 『참말 기쁘시겠읍니다』하지만 딸을 낳았다면 『그저, 순산이나 하셨으니…』쯤으로 모든 수식어 일체가 추방, 생략돼 버린다. 정말 아무런 의식없이 부모를 믿고 태어난 어린 생명인데. 어떤 고정된 세정에 작은 반발을 느끼게 된다. 이처럼 기쁨으로 태어난 아들·딸을 구별과 차별을 서로 인식시키면서 남녀동등이니 뭐니하고 주장하는 것이 서글프게 생각되기도한다.
○…어쨌든 나는 자랑스러운 마음뿐이다. 귀여운 딸의 아버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가까운친구가『득남주나 한잔 얻어 마시려했더니…』한다. 난 서슴지 않고 말했다. 『득남주보다 더한 득녀주를 내겠네』어서 여보란듯이 첫딸아이릍 키위서 그런 풍속을 지워버리고싶다.「승아」라는 이름을 지어주고보니 딸이 더욱 귀엽고 대견스럽다. <김상묵·충남천원군성관면대홍리284>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