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공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지금 있는 곳으로 직장을 옮긴 후 첫 월급부터 조그마한 적금을 하나 들었다. 조금이나마 보람있게 쓰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몇 백원이라도 있으면 열심히 예금했다. 나대로의 긴축정책(?)이었다.
그리곤 주위에 계신 분들께도 예금과 적금의 필요를 설명해드리며 열심히 권했다. 「예금독려원」이라고 놀리시던 선배님들이 모두 예금과 적금을 들어주셨다. 그리곤 박양 덕분에 돈을 못써 궁하다고 불평(?)들을 하셨다. 난 이때마다 『나중에 목돈 타실 거고, 이제 어엿한 은행의 고객이 되셨잖아요?』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서울에 「무장공비」가 나타난 후 어수선한 술렁임 속에서 이분 고객들의 화살은 엉뚱하게도 내게 돌려졌다. 안정되어있지 못한 세정에선 예금 따윈하지않는거란다. 괜히 꾐(?)에 빠져 예금을 했다는 것이다. 난 이분들께 이런 때일수록 역시 무엇이든 저축해야 안정이 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작은 술렁임 따위는 상관할 필요 없다고 말씀드렸다.
하지만 아직 억울(?)하다는 이분들의 마음은 풀어 드리지 못하고 뾰족한 답안이 생각나지도 않는다. 무장공비의 덕(?)을 내가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인가?

<박옥희·서울 청파동2가 l0l번지 봉신기계공업사 경리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