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경로잔치 1억씩 들여 여는 원주 박용환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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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를 대하듯 어르신들을 모시려 합니다.”

 11일 강원도 원주시 반곡관설동 영서고 체육관엔 빈 자리가 없었다. 어르신들로 가득했다. 이 지역 기업인 박용환(40·사진)씨가 마련한 경로잔치. 반곡관설동 14개 경로당에서 어르신 1100여 명이 참가했다. 쇠고기국밥과 술·음료 등이 한상 차려지고 민요 등의 공연도 열렸다.

 아우디 원주 한서모터스 박용환 대표가 이 마을에서 올해로 9년째 연 경로잔치다. 세 살 때 어머니를 여읜 박 대표는 객지에 나가있는 아버지 대신 할머니 손에서 컸다. “제가 자란 뒤 할머니에게 용돈을 드렸더니, 자손 없는 동네 할머니에게 빵을 사주고 용돈을 나눠주시더라고요. 동네 노인에게 쓰는 돈 아까워하지 말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어요.”

 할머니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있던 박 대표는 2001년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원주시 단계동에서 경로잔치를 열었다. 매번 200~300명을 모셨다. 그러다 2005년 고향인 반곡관설동으로 잔치 장소를 옮겼다. ‘아우디 원주 한서모터스 경로잔치’란 이름을 달았다. 비용 1억원 중 5000만원은 그가 대표를 맡고 있는 5개 회사 법인 수익금으로, 나머지 5000만원은 사재로 충당했다. 박 대표는 경로잔치가 끝나면 바로 다음 해 경로잔치 비용으로 매달 400만원을 적립한다.

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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