뺑소니 차 30여㎞ 추격전 '다이하드' 청송 군의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해결사·다이하드…. 제 별명입니다. 뺑소니를 봤는데 어떻게 그냥 갈 수 있었겠습니까.”

 지난 7일 뺑소니 차량을 시속 100㎞의 속도로 40여 분간 추격해 붙잡은 경북 청송군 강경탁(56·사진) 군의원. 당시 강 의원은 자신의 에쿠스 차량을 타고 청송군 탁구팀 경기에 참석하기 위해 김천시를 방문한 길이었다. 신음동 직지교 사거리에서 신호를 막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앞에 서 있던 1t트럭이 갑자기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다가, 마주오던 소나타 차량을 들이받았다. 운전자 김모(35·여)씨 등 2명이 다쳤지만 트럭은 그대로 달아났다. 태권도 공인 2단, 육군 백마부대 출신인 강 의원의 추격전이 시작됐다.

 그는 시속 100㎞로 내달리는 트럭을 쫓기 시작했다. 박모(50)씨가 운전하는 이 트럭은 신호를 무시한 채 도심을 30여㎞나 질주했다. 이 과정에서 길가에 세워진 차량 3대~4대를 잇따라 추돌했다.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다고 판단한 그는 112에 신고를 한 뒤 자신의 차량을 그대로 트럭 앞으로 들이밀었다. 하지만 트럭은 중앙선을 넘어가며 강 의원의 차량을 피해 도주했다. 이러길 30여 차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트럭 앞을 막고 강 의원이 뒤를 막아서면서 40여 분간의 위험한 추격전이 끝났다.

김천경찰서는 강 의원에게 포상금 20만원을 건냈다. 그러나 그는 “불우이웃을 도와달라”며 그대로 청송군으로 돌아갔다. 9일 기자와 만난 강 의원은 “별일이 아니다. 불의를 못참는 성격 때문에 한 일인데 어떻게 소문이 나버렸다”며 환하게 웃었다.

대구=김윤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