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끝의 미·「캄」대화|시아누크·볼즈 회담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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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미국·「캄보디아」 회담이 오랜 산고 끝에 햇빛을 보게 되었다. 동남아의 풍운아를 자처하는 「노로돔·시아누크」공과 8일 「프놈펜」에 도착한 미국 특사 「체스터·볼즈」 주 인대사는 「캄보디아」에로의 미군의 추격권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미군의 추격권 문제는 월남전의 향배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만큼 「프놈펜」회담의 결과에 쏠리는 세계의 관심도 여간 큰 것이 아니다. 그러나 「프놈펜」회담에는 「건너야 할 수많은 강」이 가로놓여 있다. 무엇보다 회담의 성공에 장애가 되는 요소는 「캄보디아」의 지리적 조건과 「시아누크」공의 엉거주춤한 정치적 태도에 있다. 「캄보디아」가 미국의 요구를 들어 미군의 추격권을 인정한다면 「캄보디아」와 그동안 우호관계를 유지해온 월맹 및 「베트콩」 간의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해질 우려가 있다.
국방력이 하잘것없는 「캄브디아」로서는 월맹의 적의를 사서는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인지전 때 물러가지 않고 남아있는 국내의 월맹 과격 분자들에 의한 내란에 직면할 위험성이 없지 않다.
동·서간의 교묘한 외교적 줄타기로 국가의 안전을 도모해야 할 약소국의 비애를 「캄보디아」가 미국의 요구에 양보할 수 있는 한계가 어느때 보다도 「클로스·업」되는 이유도 여기 있다. 그렇다고 상징적인 양보만으로 미국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것은 막강한 미국의 압력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시아누크」공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국교 단절상태에 있던 미국과 미군의 추격권 문제를 토의하겠다는 「시아누크」공의 결의의 밑바닥에는 이 기회를 위해 이열치열의 전법으로 내심 두려운 월맹군과 미군의 두 나라 군대로 하여금 어느 쪽도 「캄보디아」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려는 속셈이 숨어있다고 볼 수 있다.
「시아누크」·「볼즈」 회담에는 미군의 추격권 문제 외에도 월남 평화안과 국제감시위 강화 문제가 토의될 것 같으나 미국이 「캄보디아」가 미군의 추격권을 제한된 범위에서 인정할 가망이 전혀 없지 않다. 미국에 부당한 양보를 하지 말도록 하려는 중공의 압력도 눈에 보이게 강화되고 있는지라 「캄보디아」 내에서의 국제 감시위의 활동을 강화한다는데 합의를 보는 정도로 회담이 끝날 것이 아닌가고 외교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이 회담을 계기로 두 나라의 국교 재 수립의 실마리가 트인다면 그것만으로도 회담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이나 아닐지 【신상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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