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車 부산정비사업소 김민호씨 10년째 봉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장애인에게 자동차는 다리와 같습니다. 그래서 장애인들의 다리를 치료한다는 생각으로 차를 고칩니다."

부산시 연산동 대우자동차 부산정비사업소 판금직 조장인 김민호(金敏鎬.49)씨는 10년째 장애인들의 자동차를 무료로 고쳐주고 있다.

金씨는 매달 첫째 일요일에는 광안리의 한 수녀원에서 청각 장애인들의 자동차를 봐준다. 둘째 일요일에는 금정구 부곡동 근로청소년회관에서 지체장애인들의 자동차를 점검한다.

이 날이 되면 수녀원과 근로청소년회관은 장애인들이 타고 온 자동차들로 주차장이 꽉 찬다. 주변 도로까지 자동차 행렬이 이어질 때도 있다. 이중엔 부산지역 장애인은 물론 경남 김해와 양산에 살고 있는 장애인들의 자동차들도 눈에 띌 정도다. 그가 이 일을 시작한 것은 1994년.

"아내 친구의 남편이 자동차가 고장났다며 밤에 전화를 했습니다. 가보니 냉각수 부족으로 엔진이 과열된 것뿐이었습니다. 물만 보충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었던 거죠."

그런 간단한 것도 모르나 싶어 한마디 하려고 쳐다본 운전자는 혼자서 차에서 내릴 수 없는 장애인이었다.

"그때 장애인의 자동차가 고장나면 그들의 다리가 마비된 것과 같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뒤 金씨는 성당의 주차장을 빌려 장애인들의 자동차를 무료로 수리하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오후 늦게까지 자동차 수리에 매달리면 허리를 제대로 펴지 못할 정도로 힘이 들었다.

"'왜 이 고생을 자청하고 있나가'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수리를 마친 자동차의 시동을 걸며 환한 웃음을 짓는 장애인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싹 사라졌습니다."

소문이 나면서 심하게 고장이 난 자동차들도 金씨를 찾았다. 특히 金씨가 평소 익숙하지 않은 다른 회사의 차종을 수리할 때면 적잖은 곤란을 겪었다. 그럴 때면 金씨는 해당 차종의 정비책자를 구해 밤을 새워 공부하면서 수리 방법을 찾았다. 혼자서 안될 때는 자신이 근무하는 정비소로 차를 가져가 동료들과 함께 진땀을 흘리기도 했다.

뒤늦게 金씨의 선행을 알게 된 회사도 이제는 정비 부품을 지원하고 있다.

"제가 조금만 시간을 내면 장애인들이 편하고 쉽게 움직일 수 있다는 생각만 하면 절로 신이 납니다."

부산=김관종 기자 <istor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