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달러 대북 송금의 전말에 대한 진상규명 요구가 확산되는 가운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최근 노무현(盧武鉉)당선자의 최측근 인사에게 박지원(朴智元)비서실장을 보내 '정치적 해결'방안을 제안했으며, 盧당선자는 이를 수용한 것으로 3일 알려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金대통령은 설인 지난 1일 朴실장에게 盧당선자 측에 대북 송금 사건의 정치적 해결을 원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을 지시했고 朴실장이 서울 교외에서 盧당선자의 핵심 측근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朴실장은 이 자리에서 "대북 송금은 남북 경협사업을 위한 통치행위 차원의 결정으로, 사법적 판단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金대통령의 뜻을 전달했으며, 국익 고려를 명분으로 하는 초당적인 정치적 해법을 제안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朴실장에게서 金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받은 盧당선자의 측근은 바로 盧당선자의 서울 명륜동 자택을 찾아 金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했으며 盧당선자도 숙고 끝에 이 같은 정치적 해결 방안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盧당선자는 문희상(文喜相)청와대 비서실장내정자로 하여금 2일 오전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송금에 대한 간접시인도 나온 만큼 실체적 진실은 상당부분 밝혀졌다"고 말하도록 해 사실상 검찰수사를 반대한 것으로 이 관계자는 전했다. 文내정자는 또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여야가 초당적으로 합의해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盧당선자 측의 한 관계자는 "金대통령이 우리 측에 사람을 보내온 것은 사실이나 이 사람이 전한 대북 송금의 전말은 당선자의 기대에 크게 못미치는 부실한 내용이었다"고 말해 양측의 협의사실을 시인했다.
金-盧 양자 협의는 그동안 한나라당이 주장해온 "신구(新舊)정권의 사전교감에 따른 은폐 기도"의혹을 증폭시킬 가능성이 커 향후 파장이 주목된다.
박신홍 기자 <jbje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