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코트의 보이지 않는 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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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에서 동양 오리온스와 SK 나이츠가 4차전까지 교대로 승리를 주고받아 2승2패를 이뤘다. 그러자 소박한 팬들이 의심의 눈길을 보낸다. "이럴 수는 없다. 아무래도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는 것 같다"는 것이다.

의심을 받을 만도 하다. 플레이오프 준결승에서 나이츠는 KCC 이지스를, 오리온스는 LG 세이커스를 각각 3승2패로 물리쳤다. 당장 한국농구연맹(KBL)이 화살을 맞았다. 흥행을 고려해 심판들을 사주했다는 것이다.

의심가는 대목도 있다. 이지스가 2승1패로 앞선 가운데 치른 4차전에서 당한 패배는 분명 억울했다. 다리를 벌리고 점프해 던진 양희승의 3점슛을 무효화하고 양선수의 공격자 파울을 선언한 심판 판정에 대부분의 전문가가 동의하지 않는다.

오리온스-세이커스의 3차전도 수상했다. 오리온스 벤치에 테크니컬 파울을 준 후 그때까지 앞서 나가던 세이커스쪽에 불리한 판정이 잇따르며 경기가 뒤집혔다. 세이커스가 여기서 이겼다면 4차전에서 3승1패로 시리즈를 끝냈을 것이다.

그러면 이지스-SBS 스타즈, 세이커스-SK 빅스의 1라운드(3전2선승)는 왜 두 경기만에 싱겁게 끝났을까? 여기서 퍼즐이 맞지 않는다. 세이커스-오리온스전에서 어차피 한팀이 리드하게 돼 있는 3차전에 보이지 않는 손이 작업을 할 이유도 없었다.

준결승 3승2패에 결승전 2승2패라는 결과는 물론 드문 경우다.그러나 조작을 의심할 만한 징후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오리온스가 심판 판정에 강력하게 항의한 4차전에 대해서는 나이츠도 불만을 품고 있다.

전에 없이 뜨거운 정상 다툼은 생각잖은 의심을 부를 지경에 이르렀다. 난타전을 벌이고 싶은 오리온스와 '히트 앤드 클린치'로 어떻게든 끝까지 가보려는 나이츠의 전혀 다른 플레이 스타일이 상상하지 않았던 결과를 빚고 있다.

의도되지 않은 오심이라면 그것조차 경기의 일부일 뿐이다. 소박한 의심이 설득력을 얻으려면 1라운드가 2승1패로 끝나고 준결승에서도 교대로 승패를 주고 받았어야 했다. 아니 그보다는 가장 팬이 많은 오리온스와 이지스가 결승 파트너로는 더 어울렸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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