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달샘<가뭄의 상처를 달래는 어느 『서울 인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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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방에서 열렸던 체전때마다 서울출신 선수들이 받은 후대에 비해 지방「팀」에 대한 서울시민의 싸늘한 인심을 보다 못해 『서울사람의 참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나선 한 가정이 있어 지방선수들의 마음을 녹혀주고 있다.
멀리 완도에서 전남대표로 출전한 완도중학 「테니스·팀」 4명을 국체가 끝날 때까지 한 집에서 뒷바라지 해주겠다고 나선 이근후(35·정신과 의사)씨.
이씨는 5일밤 7시 박한순 박진규 정석철 박정식군 등 네 선수들이 넉넉지 못한 여비로 들어있는 관철동 도일여관을 찾아 이 뜻을 전하고 이들을 모두 노량진동 263의5 이씨의 자택으로 데려갔다.
이씨네 가족들은 이날밤 선수들에게 간소한 환영회를 열어주고 온가족이 매 운동장에 나가 응원하겠다고 격려하는 등 흐뭇한 하룻밤을 보냈다.
이들 완도중학 「테니스·팀」은 가뭄에 시달리던 시골에서 맨발로 지게를 져가며 틈틈이 연습, 이번 국체 출전에 뽑힌 대표선수는 모두 6명이었다. 그러나 서울 갈 돈이 모자라 2명은 출전을 포기, 나머지 4명만 출전했었다.
첫 대전에서 작년의 국체우승 「팀」인 남원중을 물리친 이들은 기쁨보다 경비걱정이 앞서 부둥켜 안고 울기까지 했다.
『이제 걱정없이 경기에 열중할 수 있으니 꼭 우승할 것』이라고 장담하면서도 이들의 「라켓」은 2년전에 구입한 국산품. 학교의 「코드」는 자갈밭 같고 「네트」는 어망엮는 실로 전교생이 실습시간에 짠 것이라고 수줍게 실정을 털어놓았다.
이날밤 이들은 온돌과 침대방중 어느 곳을 택하겠느냐는 물음에 얼른 『침대가 좋다』고 침대방으로 몰려들어갔다.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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