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도피’ 세무서장 영장 기각에 검경 갈등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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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호 02면

경찰이 뇌물수수 혐의를 받는 전직 세무서장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기각했다. 검찰은 혐의사실 입증이 부족하다며 보완수사를 지휘했다. 그러나 경찰은 반발하고 있다. 또다시 검경 갈등이 벌어질 조짐이다.

검찰 “수뢰 혐의 입증 부족” … 경찰 “이해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가 전 서울 용산세무서장 윤모(57)씨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27일 밝혔다. 윤씨는 2010~2011년 성동·영등포 세무서장으로 재직하면서 육류 수입 가공업자 김모씨로부터 현금 2000만원과 골프 접대 20여 차례 등 모두 6000만원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그 대가로 세금을 깎아주고 세무조사를 무마해 줬다는 게 경찰 측 판단이다. 윤씨는 지난해 8월 경찰 수사 도중 사전 통보 없이 동남아시아로 출국했다. 그러다 지난 19일 태국에서 불법 체류 혐의로 체포돼 25일 국내로 송환됐다.

검찰은 “돈을 줬다는 업자 김씨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고 대가성이 밝혀지지 않는 등 경찰의 혐의사실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며 보강수사를 지휘했다. 이어 “해외 도피까지 시도했다 하더라도 구속영장이 미흡하면 발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일단 윤씨를 풀어주며 “보강수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검찰의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윤씨의 해외 출국이 증거 인멸과 도주의 목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검찰이 간과했다는 것이다. 경찰은 지난해 윤씨와 김씨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골프장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여섯 차례나 신청했지만 모두 검찰이 반려했다. 당시 검찰은 “압수수색 범위가 지나치게 넓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경찰 일각에서 윤씨의 동생이 현직 검찰 간부이기 때문에 검찰이 봐주는 것이라고 의심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찰 측은 “그런 오해가 우려돼 더 엄격하게 이번 사건을 처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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