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 칼럼] 혈액투석 환자의 생명줄 '동정맥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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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 천안의료원 진료부장

사회가 고령화 되면서 당뇨병, 고혈압과 같이 신장기능에 나쁜 영향을 주는 질환을 가진 환자들도 같이 증가하고 있다. 신장은 혈액 속의 노폐물을 걸러내어 소변으로 배출 시키고 전해질 농도와 혈압을 조절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이러한 기능이 떨어지면 기운이 없고 피로감을 쉽게 느끼고 상처가 잘 낫지 않으며 피가 잘 멎지 않는 등 전신적인 문제를 발생시키면 ‘만성 신부전증’이라고 부르고 만성 신부전증이 더 악화돼 신대체요법(혈액 투석이나 복막투석)이 필요한 상태가 되면 ‘말기신장질환’이라고 한다.

혈액 투석은 우리 몸의 피를 일부 뽑아 노폐물을 걸러서 버리고 깨끗해진 피를 다시 몸 속에 집어넣어 주는 것을 말한다. 기능을 제대로 못하는 콩팥을 대신해서 기계(투석막)로 우리 몸 속의 혈액을 깨끗하게 걸러주는 치료방법이다.

이렇게 기계를 이용해서 피를 거르기 위해서는 짧은 시간에 많은 양의 피가 빠져나갔다가 다시 들어 올 수 있어야 하는데 정맥은 피부 근처에 있어서 접근은 쉽지만 압력이 낮아 충분한 양의 혈류를 확보할 수 없다. 반면, 동맥은 압력은 충분하지만 접근이 어려워 매번 투석을 할 때 마다 혈관을 확보하기 힘든 문제가 있다. 그래서 혈액 투석 환자에게는 생명줄과 같은 혈관 접근로라는 것을 만든다.

가장 좋은 혈관 접근로는 동맥과 정맥을 연결해 만드는 ‘동정맥루’다. 동맥과 정맥을 바로 연결하게 되면 동맥의 강한 압력에 의해 정맥의 혈관벽이 두꺼워지고 혈류도 빨라지는 점을 이용하는 것이다. 동정맥루 수술은 시행하기 전에 혈관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외과 의사가 혈관 초음파나 방사선 혈관 조영술을 통해 혈관 상태를 확인, 가장 좋은 혈관을 선택한 뒤 수술을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기신장질환 환자들은 혈관이 좁아져 있거나 혈류가 원활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수술이 잘 됐다고 하더라도 정맥이 잘 자라지 않아서 재수술을 시행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 할 수 있다.

수술 시간은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30분에서 1시간 이내로 끝난다. 수술 직후 동맥혈의 압력에 의해 ‘쉬익 쉬익’ 하는 소리가 나면 정상적으로 정맥이 자라는 것을 기대하게 되고 약 두세 달 뒤에 정맥이 충분이 자라면 투석을 위해 사용하게 된다. 

이성호 천안의료원 진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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