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5년 만에 우파 재집권 … 담배 사업가 카르테스 대선 승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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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과이 대선에서 승리한 콜로라도당의 오라시오 카르테스 당선자. [아순시온 로이터=뉴시스]

파라과이가 5년 만에 다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21일(현지시간) 치러진 대통령선거에서 중도우파 콜로라도당의 오라시오 카르테스(57) 후보가 45.9%의 득표율을 기록해 당선됐다고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집권 여당인 자유당(PLRA) 에프라인 알레그레(50) 후보는 37%를 얻는 데 그쳤다. 카르테스는 당선이 확정된 후 “당이 이겼지만 파라과이가 더 큰 승자였다”고 말했다. 알레그레 후보는 “국민이 이미 할 말을 다 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카르테스 당선자는 담배 사업으로 막대한 부를 일군 기업가 출신이다. 탄산음료·항공·축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 26곳과 유명 축구팀(리베르타드)을 소유하고 있다. 파라과이에 우파정권이 재등장하면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사망으로 한 차례 심리적 타격을 겪은 남미 좌파 블록에 또 한 번 충격을 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카르테스가 속한 콜로라도당은 알프레도 스트로세네르 군사독재 시절(1954~89)을 포함해 61년간 장기 집권해 왔다. 이 과정에서 권력 독식과 부패, 악명 높은 관료주의로 국민 불만을 키워왔다. 2008년 4월 대선에서 가톨릭 신부인 중도 좌파 페르난도 루고(63)에 패하면서 처음으로 정권을 내줬다.

 대대적인 사회 개혁을 약속했던 루고 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의회에서 탄핵됐다. 17명이 사망한 빈농 시위 사태의 책임을 빌미로 공세를 가한 콜로라도당과 루고의 연정에 참여하면서도 불만이 많았던 자유당이 의기투합한 결과였다.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등은 루고의 탄핵을 ‘의회 쿠데타’로 규정해 파라과이의 회원국 자격을 정지시켰다. 카르테스 당선자는 21일 메르코수르와 관계 회복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고 밝혀 외교 공백 정상화가 이루어질지 주목된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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