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현대상선 2235억 北 송금"

중앙일보

입력

30일 현대상선에 대한 감사원 감사 결과 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 직전 현대상선이 산업은행에서 대출받은 4천억원 중 2천2백35억원(당시 2억달러 상당)을 북한 측에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이날 "현대상선의 일부 자금이 남북경제협력사업에 사용된 것이라면 향후 남북관계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가의 장래 이익을 위해 사법심사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해 설 연휴 직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검찰과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손승태(孫承泰)제1사무차장은 기자회견에서 "현대상선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0년 6월 7일 산은에서 대출받은 4천억원 중 2천2백35억원은 개성공단.철도.관광 등 7개 대북(對北)사업에 사용한 것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孫차장은 "현대상선은 대북 사업에 대한 정몽헌(鄭夢憲)현대아산 회장과 송호경 북한 아태평화위 부위원장의 기본합의서와 약정서를 자료로 제출했으나 어느 사업에 얼마만큼 썼는지 구체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그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정보원의 관여 여부에 대해서도 아는 바 없다"면서 "보다 자세한 것은 계좌추적을 해야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나 그것은 감사원의 권한 밖"이라고 말했다.

孫차장은 "4천억원 중 1천억원은 현대건설 기업어음(CP)의 매입자금으로, 7백65억원은 현대상선의 기업어음 상환자금으로 쓴 것으로 현대상선 자료에 나타나 있다"고 밝혔다.

이종남(李種南)감사원장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의 감사 결과를 金대통령에게 보고했다.

金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나는 남북 간의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한반도에서 전쟁을 방지하는 것이 국가의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해 왔다"고 말했다고 청와대 박선숙(朴仙淑)대변인이 전했다.

한편 검찰은 설 연휴가 끝나는 다음주부터 현대상선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며, 노무현(盧武鉉)대통령당선자 측도 적극적인 진상규명 의지를 표명하고 있어 현대상선의 대북 지원이 남북 정상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등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사건을 맡은 서울지검 형사9부(부장검사 李仁圭)는 감사원으로부터 현대상선과 산업은행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검토를 마친 뒤 다음 주중 관련자들을 소환할 계획이다.
이상일.신용호 기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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