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의 현실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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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물가안정을 위해 「네거티브·시스팀」을 채택하여 수입자유화를 서두르는 한편 현안중인 철도 전기 수도 전차 및 석공탄 가격 등 공공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할 방침임을 밝혔다.
수입자유화로 물가상승요인을 배제시키고 나서 물가상승 요인인 공공요금 및 가격을 현실화시키겠다는 방침은 그럴싸하나 간과할 수 없는 문제점들이 곁들여 있음을 잊어서는 안되겠다.
우선 요금 및 가격현실화는 현실화의 객관적 기준을 명시하고 나서 비로소 논의되어야 할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 당국의 설명은 미흡한 것 같다. 제 아무리 관업이나 국영업체라 하더라도 그 독립적 지위를 기화로 하여 제 멋대로 요금이나 가격을 인상한다면 일종의 징세행위라고 할 것이기 때문에 국민이 충분히 납득하지 않고서는 올릴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요금이나 가격을 인상시키기 전에 해당 사업의 생산품에 대한 엄밀한 원가계산이 선행되어야 하겠으며 원가변동요인이 이러하므로 이 정도의 요금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밝혀야 타당할 것이다.
다음으로 내각기획조정실이 적절히 지적하고 있듯이 국영업체의 경영이 합리화되어야 할 여지는 허다하다. 불합리한 경영과 그에 따른 낭비요인을 철저히 배제하고 나서 적정요금의 책정이 이룩되어야 할 것이다. 낭비요인이나 불합리 요소를 그대로 온존한 채 모든 것을 요금인상으로 「커버」하려는 것은 정상적인 것이 못된다.
셋째로 일부 업체는 흑자운영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금의 인상을 기도하고 있는데 이는 신규투자재원을 자체조달 하려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사회자본의 성격을 띠고 있는 사업의 신규투자를 내부잉여로 조달하는 것이 옳은가의 여부는 보다 신중히 다루어야 할 것이다. 사회자본의 경우 수익자부담의 원칙을 관철하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있기 때문이다.
넷째로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는 수입자유화에 의한 물가안정을 실현시키면서 단계적으로 요금 및 가격을 현실화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는 일견 물가상승요인과 하락요인을 다같이 작용케 함으로써 일반물가수준에는 변동을 가져오지 않게 한다는 매우 건실한 정책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우리의 경제여건이 그러한 정책을 받아들일 소지를 갖출 수 있는 가는 이와는 또 다른 문제인 것이다.
우선 이러한 방침이 추구되는 경우 제일 먼저 타격을 받는 것은 수출일 것이다. 수입자유화로 수입이윤이 줄어 이미 수출의욕이 상실되고 있는데 수입자유화의 폭이 넓어지면 잔존하는 수출유인까지도 소멸하게 되어 수출증가에 커다란 타격을 줄 것이다.
그 위에 공공요금의 인상은 국내제품의 원가를 높이게 되고 궁극적으로는 국산품의 수출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다음으로 수입자유화로 국내물가를 억제하는 한편 공공요금인상으로 원가상승을 초래시킬 경우, 국내 일반산업이 과연 이것을 감내해 나갈 수 있겠는가도 간단히 보아 넘길 수 없는 문제이다.
이와 같은 양면의 압박에 견딜 수 없는 기업의 비율이 다만 몇%만 되더라도 그것이 커다란 침체요인을 형성시킬 가능성이 있다. 공공요금 인상의 합리적인 기준의 책정을 촉구함과 아울러 수입자유화와 공공요금 인상이 미치는 효과에 대하여보다 철저한 검토가 있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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