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 예식장 피로연 폭리 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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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아들 결혼식을 앞두고 서울에 있는 한 예식장을 예약하려다 깜짝 놀랐다. 식장 대여료 3백만원도 비쌌지만 식장 측이 피로연 식사비와 관련해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했기 때문이다.

식장 관계자는 하객 숫자가 얼마가 되든지 2만5천원짜리 갈비탕을 무조건 3백그릇 이상 시켜야 한다고 했다. 3백그릇이 주문할 수 있는 최소 단위라는 것이었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니 예식 당일 식장에 건네줘야 하는 돈이 무려 1천만원이나 됐다.

서민들의 결혼식에 하객 3백명이 오기란 쉽지 않다. 게다가 이 예식장에서 당일 비어 있는 시간은 오후 3시뿐이었다.

이 시간에 예식을 마치고 점심을 먹을 사람이 얼마나 된다고 3백 그릇 이상을 주문해야 한다는 것인가. 황당한 생각이 들어 다른 곳을 알아봤지만 계약조건에 이런 불합리한 조항이 붙어 있지 않은 예식장이 한 곳도 없었다.

곧 봄이 오면 결혼하는 이들이 늘어나 예식장들은 더욱 성수기를 맞을 것이다. 당연히 횡포도 심해질 것이다. 이런 비상식적인 영업행위를 단속할 수 있는 길은 없는 것일까.

박수업.경기도 용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