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허드렛일'과 '허드레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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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흔히 공사판에서 막노동을 하는 노동자를 가리켜 ‘노가다’라고 한다. ‘노가다’는 일본어 ‘도가타(どかた, 土方)’에서 온 말이다. ‘도가타’는 일본어에서 ‘토목 공사에 종사하는 노동자, 토공(土工)’이라는 뜻이다. ‘토공’은 말 그대로 흙일을 하는 사람이다. ‘가타’가 발음이 약해져 ‘가다’가 된 것은 이해가 가지만 ‘도’가 어떻게 해서 ‘노’로 변해 쓰였는지는 알 수 없다. 이 ‘노가다’란 말은 상황에 따라 ‘막일’ ‘막노동’, ‘막일꾼’ ‘막노동자’로 대체해서 쓰면 좋다. 표준국어대사전도 그렇게 사용하라고 권장한다.

 여러 가지 자질구레한 일을 가리키는 말로 ‘잡일’ ‘잡역(雜役)’이 있고 이와 비슷한 단어로 ‘허드렛일’이 있다. 예문을 보자. “밑바닥에서 시작한 새로운 출발. 나는 마음뿐 아니라 몸도 허드렛일꾼처럼 굴렸다.” “비인기 직종들의 호감도도 의회보다는 나았다. 중고차 세일즈맨 대 의원의 호감도는 57% 대 32%, 축제의 허드렛일꾼 대 의원은 39% 대 31%로 각각 나타났다.” “나는 당신들의 보모가 아니고, 조수가 아니고, 자료정리나 하는 허드렛일꾼이 아니다.” 또 어느 영한사전에는 단어 ‘swamper’의 뜻풀이에 ‘허드렛일꾼, 잡역부’가 나온다. 이 ‘허드렛일꾼’이란 말은 현재 국어사전에 실려 있지 않다.

 ‘허드레’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고 허름하여 함부로 쓸 수 있는 물건을 뜻한다. “친정어머니는 딸이 결혼해 살림을 날 때 자질구레한 허드레 그릇까지 세세히 챙겨 주셨다” “사막은 자신의 영역 안의 모든 생물에게 허드레 것들에 대한 잔재주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사막의 생물들은 말수와 불필요한 움직임이 적다”처럼 쓰인다.

 ‘허드렛일’은 중요하지 아니하고 허름한 일을 의미한다. 그러니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허드렛일꾼’이 맞는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할 수 있다. ‘일’과 ‘일꾼’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허드렛일을 하는 사람은 ‘허드렛일꾼’이 아니라 ‘허드레꾼’이 바른말이다. “칠복이는 지난해 11월 그믐부터 언년네 주막에서 허드레꾼으로 빌붙어 살기 시작했다”처럼 쓰인다.

최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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