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낮 모 사상 주입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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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중공에서 12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돌아온 전 해경대원 4명이 25일 상오 10시 내무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중공의 비인도적인 만행을 낱낱이 폭로했다.
지난 19일 중공에서 풀려 나와 「홍콩」을 거쳐 귀국한 김창호(4l) 안영진(41) 주시완(43) 박내봉(41)씨는 이날 초췌한 모습에 회색 양복으로 말끔히 단장하고 나와 『꼬박 12년 동안 하루같이 모택동 사상학습을 강요당했다』면서 『하루 두끼를 강냉이죽과 고구마로 때우면서 자나깨나 고국생각만 했었다』고 울먹였다.
55년 「크리스머스」날 새벽 해경 「견우정」을 타고 중공 어선단을 검문하다 그들에게 에워싸여 끌려갔던 이들은 대부분 중공 무장어선으로부터 기관총 세례를 받아 총상을 입고 있었는데 특히 안영진씨는 몸에 32군데나 상처가 있다면서 옷을 벗어 탄흔을 기자들에게 보여주었다.
안영진씨는 처음 중공에 끌려가 청도 공안병원에 입원했을 때 『놈들은 나를 반동분자라고 개머리판으로 짓이기면서 파편을 뽑는다고 마취도 않은 채 칼로 살을 도려냈다』고했다.
깡마른 모습으로 대부분 시청력을 잃거나 방광염 등을 앓고 있는 이들은 중공에서 옥살이를 하는 동안 상오 8시에 기상, 8시 반부터 모택동 사상을 배워왔다는데 모의 사상을 안 배우면 영원히 귀국 안 시킨다고 위협하더라고 했다.
박내봉씨는 산동성 감옥에서 전기고문을 당하고 의식을 상실, 『3, 4년 동안 내 이름과 나이는 물론 내가 어디에 와있는지 조차 잊어버렸으며 의식이 회복된 뒤 몇 번이나 자살을 꾀하다가 실패했다』고 말했다. 61년 2월까지 독방에 있었던 이들은 이때부터 산동성의 감옥에서 합숙하며 모 사상을 배워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석방이 결정된 뒤 귀국수속을 밟기 위해 제남에서 북평까지 기차여행, 처음으로 외부와 접촉을 가졌는데 북평 상해 광주를 빼놓고는 그들의 발전상이 보잘 것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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